그 원인은 음악, 미술, 공예, 무용 등 문화예술과 관련된 직종에서 나온 엄청난 매출성장이었다. 단지 해외관광객이 많았기 때문이 아니다. 더 심층적인 분석이 진행됐다. 문화예술 직종의 성장 뒤에는 1980년대 초반 프랑스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추진했던 예술교육의 활성화 정책이 있었다.
1980년대 프랑스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40대의 젊은 변호사 출신 문화부 장관 자크 랑은 예술가들이 학교에서 학생들과 직접 교감할 수 있는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당시 프랑스의 공교육은 언어, 수학, 과학 등 기초과목이 유럽 내 최하위여서 예술교육을 한다는 것에 많은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자크 랑은 예술교육정책 5개년 계획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1천여개의 예술아틀리에와 2천개의 예술수업계획, 1천여개의 합창단, 500여개의 도서관 문화프로그램이 생겨났다.
예술교육 활성화 정책은 20년 후 프랑스 경제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문화예술을 접한 아이들이 창작자가 되고, 그 창작자들이 만든 작품들을 소비하는 생태계를 만들면서 지금의 프랑스가 되었다. 제조업의 정체와 성장동력의 한계로 늙어가던 유럽의 사자가 문화예술정책을 통해 다시 살아났다.
우리나라의 모든 진로는 ‘기승전치킨집’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돈다. 직종의 우열문제가 아니라 획일화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꼬집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은 27% 수준이며 OECD 평균의 두배, 프랑스의 세배에 달한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의 소득은 임금근로자의 약 60% 수준에 불과하다. 프랑스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문화예술교육 정책은 정체된 도시비전에 더욱 필요하다. 과천은 대표적인 행정도시였지만 국가의 외면 속에 고사되고 있다. 과천의 지난 30년이 행정도시였다면 앞으로 30년, 100년을 설계할 비전이 필요하다. 문화예술교육의 상상력과 한국예술종합학교 같은 실체를 더해보는 새로운 정책과 비전이 필요하다.
스페인의 랜드마크가 된 빌바오 미술관은 건축적 성과로 관광객은 늘렸지만 발길을 붙잡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화예술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예종 같은 대학유치도 그렇다. 캠퍼스라는 건축물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들이 세계수준의 문화공연을 즐기고, 지역학교와 예술교육이 연계될 때 진정한 문화콘텐츠의 허브가 될 수 있다.
경기도 전체로 보아도 과천에 한예종이 들어오면 예술의 전당, 국립현대미술관 등과 연계된 수도권의 예술자원 인큐베이터가 될 수 있다.
이제 우리 아이들도 ‘기승전치킨집’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크 랑과 같이 문화예술교육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추진할 수 있는 비전과 뚝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송호창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의왕 과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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