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부시 대통령은 “이글스 모임의 30주년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라고 하면서 이라크 문제를 언급했다. 이라크 문제와 관련해 각 나라와 그 나라 대통령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시했다. 이라크에 세 번째로 군대를 많이 파병한 우리나라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부시의 연설이 끝나고 주위가 어수선해진 가운데 댄스파티에 들어가기 전에 꼭 할 말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연설을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다. 나도 모르게 내 손이 올라가 있었다.
내 차례가 됐다. “나는 한국에서 온 경기대학교 교수입니다.” 좌중은 ‘별 볼 일 없는 녀석이 하나 왔구먼’ 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이어서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하여 LL.M 학위를 받은 사람입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좌중은 나를 다시 쳐다보았다.
“최근에 종교인들과 같이 평양에 간 일이 있습니다. 버스에 나누어 타고 평양 시내를 들어가면서 북한 안내원과 같이 한국의 오래된 가요 ‘두만강’을 불렀습니다.
노래를 부르면서 ‘왜 지구라는 행성 가운데 우리 한국만이 분단되어서 살아야 하는가’라는 생각에 비통했습니다. 북한 사람들을 만나 같은 피, 같은 민족임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녁 식사 후 호텔에 들어가 TV를 보게 됐습니다. 화면에서는 예쁜 10대 소녀들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노래의 가사를 들어보니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왜 보름달이 서쪽에 지지 못하고 하늘에 걸려 있는가? 이는 김정일 장군님이 혁명 과업을 수행하시는데 차마 어둡게 할 수 없어서 지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노래를 부르면서 진정으로 울고 있었습니다” 참석자들이 조금씩 나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되물었다.
“당신들 대부분이 크리스천이 아닙니까? 성경 출애굽기에 대해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세가 출애굽 하던 때 장정 60만 명 등 총 200만 명의 백성이 쉬고 자고 하면서 가도 두 달 이내에 도착한다는 물리적인 계산이 나옵니다. 그런데 실제 얼마나 걸렸습니까?”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
“1년, 2년도 아니고 40년이나 걸렸습니다. 왜 그랬습니까?
청중은 더욱 조용해졌다.
“노예근성(Slave mentality) 때문에 그렇습니다. 뼈, 살, DNA까지 노예가 되어 버린 그래서 노예근성으로 굳어진, 아니 노예 자체가 되어 버린 이 사람들을 사막과 광야에서 늙어 죽게 하고 뱀에 물려 죽게 한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세대, 그 2세들만 가나안 땅에 들어가게 한 것입니다. 나는 진정 한반도의 통일을 원합니다. 그런데 이미 김정일과 김일성으로 사고가 굳어진 북한 사람들과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이 비슷하지 않습니까? 노예 백성이 아니겠습니까? 이 점에서 우리 대한민국도 힘쓸 테니 미국도 인내심을 가지고 북한 백성들이 노예근성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응은 뜨거웠다. 나는 내가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고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노예근성이란 무엇일까. 창의성이 없는 상태이다. 열망하는 목표, 꿈이 없는 것을 말한다. 노예근성의 탈피 없이는 꿈을 꿀 수도, 꿈이 자랄 수도, 꿈이 열매를 맺을 수도 없다. 이것을 깨뜨려야 꿈을 실현하는 첫 단계에 진입하는 것이다.
송하성 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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