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노후가 걱정이지 말입니다

박정임 경제부장 bakh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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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참으로 반가운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경기일보가 매년 투철한 사명감으로 도민의 복리증진에 앞장서온 참 공복을 찾아 격려하는데, 수상자들에게는 부상으로 부부동반 국외 문화탐방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영광스럽게도 지난 2014년 경기공직대상 21기 수상자들과 함께 베트남 여행의 기회를 얻었습니다.

다녀와서는 아쉬운 마음에 모임을 만들어 4개월에 한 번씩 만나고 있는데, 출석률이 매우 좋습니다. 경기도의 선진 미래를 이끌어가는 역군 중에서도 치열한 경쟁 끝에 선정된 분들이어서 그런지 공직자로서의 자긍심과 사명감이 대단합니다. 몸에 밴 봉사정신으로 서로 배려하기에 만나면 유쾌하고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게 합니다.

 

일반직 공무원부터 소방관, 경찰관, 교도관 등 다양한 분야의 공직자들로 경기도 전역에 흩어져 있어 모임 장소도 도내 지역을 순회하고 있습니다. 수원 방문 때는 수원 갈비를 먹고 화성을 돌아봤습니다.

이천에서는 세계도자센터를 구경하고 쌀밥 집에서 푸짐한 밥상을 받았습니다. 이번 모임은 의왕 백운호수 인근 식당에서 이뤄졌습니다. 바람이 몹시 불어 호수를 걷지는 못했지만, 저녁 식사 후 야경이 멋들어진 호숫가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겨울 지낸 이야기며 개개인의 소소한 변화들을 알리며 웃음꽃을 피웠는데, 지난해 퇴직하고 8개월을 보낸 분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콕 박혀 사설이 길어졌습니다. 공직생활 30여 년을 마쳤으니 연금이 300만원 가까이 된다고 했습니다. 수상자 13명 모두가 공무원연금 수혜자들이니 저 같이 국민연금에 의존해야 하는 사람은 부럽기만 했습니다.

 

퇴직 후 또박또박 돈이 들어온다는 건 생각만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그런데 제대로 된 연금을 받으려면 멀었다는 겁니다. 공무원 생활하며 세 자녀 대학 등록금 마련이 가장 어려웠다는 그는 어쩔 수 없이 대출에 의존해 학자금 빚만 5천만 원에 달한다고 했습니다.

퇴직과 동시에 연금에서 공제되니 매월 50만 원씩 갚아도 100개월 동안은 기대했던 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겁니다. 정기적인 소득이 없는데도 지출에는 변화가 없으니, 월급 받고 생활할 때 허리띠를 졸라매서라도 연금을 까먹는 일은 없도록 하라는 앞선 선배의 조언이었습니다. 모두가 전적으로 수긍은 하면서도 홀벌이로는 불가능하다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투로 “노후가 걱정이지 말입니다” 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대학을 졸업해 바로 취업에 성공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지난달 청년 실업률이 12%대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시장에 불어닥친 찬바람이 걷히질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자녀 혼사를 앞두고 전셋집이라도 얻어줘야 하는데 전세금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아 잘못하다간 연금 깨서 집 얻어주게 생겼다는 겁니다. 

지난해 전세 가구의 평균 전세 보증금이 1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버는 만큼 올랐다면 상관없겠지만, 작년 전세금은 전년보다 6.7%나 뛰었는데 전세 가구의 평균 경상소득은 0.5%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소득은 찔끔 늘고 전세금은 크게 올랐으니 가계 빚이 느는 건 당연합니다.

 

1980년대 초반 서대문구 연희동 학교 근처 골목을 뒤져 어렵사리 200만 원짜리 부엌 달린 전세방을 구해놓고 고향 집 가는 버스를 탔는데 창밖으로 빽빽이 들어선 집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서울에 저렇게 집이 많은데 나만 집이 없는 것 같아 속상했습니다. 

30년도 훨씬 지난 지금 수도권은 아파트 숲으로 변했습니다. 그런데도 집 없는 사람이 너무나 많습니다. 언제쯤이면 학비 걱정, 집 걱정, 노후 걱정이 사라질까요. 어린아이 같은 소릴 한다겠지만,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박정임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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