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위기를 기회로 만든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

"도민이 지어준 '궈녁외상센터' 이제 보답할 차례

“경기도민이 지어주신 외상센터, 이제 보답할 차례!”…위기를 기회로 만든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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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말씀에 제 성향과 상관없이 문과에서 이과로 바꿀 만큼, 아주 ‘순종’적인 남자에요. 상대적으로 예후 좋은 산부인과를 선택했고, 갑작스러운 거제도 근무명에 바로 갔죠.(웃음) ‘공격적’이라는 말은 제게 좀 낯설어요.”

 

최근 연임 결정된 유희석 아주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아주대의료원장은 자신을 ‘순종적 남자’라 설명했다.

 

그러나 아주대병원 개원부터 연구지원실장, 아주대학교병원장, 의료원장까지 위기의 순간마다 공격적으로 대처해 온 그다. 병원장 시절 ‘석해균 선장’ 사건이 터졌고, 의료원장이었던 지난해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다. 위기를 기회삼은 유 원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외상센터를 건립했고, 메르스 추가 감염자 없이 병원 경영 이익까지 냈다. 순종적이라 자처했지만, ‘일단 수용’할 뿐이다. 유 원장은 또 하나의 공격적인 결과물인 권역외상센터를 직접 안내하며 이같이 말했다. “드디어 권역외상센터를 가동했습니다. 경기도가 전폭적으로 예산 200억원을 지원했죠. 그러니 경기도민이 지어주신 것입니다. 앞으로도 최상의 연구, 교육, 진료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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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주대의료원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다. 1994년 개원 당시와 비교하면 어떠한가.

 

A. 92년도 당시 아주대학교 총장이 ‘미국 연수 후 병원 건립에 참여’하기를 권했다. 2년간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 제임스 암센터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한 후 개원멤버로 활동하게 됐다. 건물은 본관 하나 뿐이었는데, 지난 22년간 엄청난 양적 성장을 이뤘다. 개원 당시 843병상에 일평균 외래환자 2천500명이었는데 현재 1천85병상에 일평균 외래환자 4천700명 규모다. 건물도 별관, 권역응급의료센터, 제1주차빌딩, 실험동물연구센터, 웰빙센터, 장례식장, 제2주차빌딩, 권역외상센터 등도 건립했다.

 

Q. 병원장 재임시절에 폭발적인 양적 팽창이 이뤄졌다.

 

A. 실험동물연구센터, 웰빙센터, 장례식장, 권역외상센터 건립에 관여했다. 서울의 대형병원들이 규모는 크지만 먼 장래를 내다본 구성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진국들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3천 베드(입원해서 사용하는 침대)짜리 대형 병원은 없다. 기껏해야 1천 베드다. 미국은 대학병원도 800베드 넘는 곳이 없다. 물론 외국은 우리나라에 비해 입원료가 너무 비싼 것도 이유이지만, 일단 수술 후 모든 치료를 외래진료로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광교 부지에 세울 재활 센터 역시 양적 팽창과 더불어 미래에 대비하는 질적 팽창으로 자부한다.

 

Q. 광교에 세워지는 병원에 세간의 관심이 많다. 구체적 내용이 궁금하다.

A. 광교 프로젝트는 500 병상 규모의 중증재활 요양병원이다. 위치는 광교 9-2 블록, 현재 아주대병원 동측에 교직원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구역이다. 연면적 3만413㎡에 지상 8층 지하 3층으로 건축할 예정이다. 간혹 노인요양병원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중증재활’병원이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선진국은 베드수가 많지 않은데 이 재활전문병원에서 치료받기 때문이다. 아주대 요양병원은 중증재활치료와 암환자재활이 필요한 환자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학교와 병원을 연계한 다양한 치유ㆍ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해 특성화된 요양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환자들도 장기 입원에 따른 부담을 덜고 전문화, 특성화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Q. 서울의 대형 병원보다 수준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A. 좀 섭섭하다. 마치 우리가 뒤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서울 대형병원 수준 이상으로 올라간다는 말씀같다.(웃음) 사실 그동안 저평가된 부분이 있다. 석해균 선장 사건을 시작으로 제대로된 평가를 받았다고 본다. 당시 병원장이었는데 매일 9시 뉴스 브리핑 하고…. 그 이후로도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장례식장을 가보셔라. ‘전국 최고로 짓자’고, 최상의 서비스를 하자고 했다. 지금 이용하신 분들이 다른 병원의 시설보다 훨씬 좋다고 말씀해주신다.

아주대학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은 의사시험 합격률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만성염증질환연구센터(MRC), 유전체불안전성 제어연구센터(SRC), 연구중심병원, 최근 BK21 플러스 사업에 예비 선정되면서 대형 국책연구사업 4개를 동시에 수행하는 국내 단 세 곳 뿐인 의료기관이 됐다. 병원은 또 국내 의료기관 인증평가뿐만 아니라 2011년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첫 인증, 2014년 재인증을 획득하며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의 질적 측면에서 국제적 표준 의료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밖에도 중증외상 치료의 메카가 된 권역외상센터와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권역응급의료센터(2015 응급의료기관 평가 최상위 등급 획득)를 운영하고 있다.

 

Q. 권역외상센터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응급센터 옆에 권역외상센터 건물이 들어섰는데 공식 개소는 언제인가?

A. 지난 2월29일 준공허가를 받았다. 시설, 장비, 인력요건 등을 완비해 새로운 외상환자를 받는 것은 3월 중순부터 받고 있다. 공식적인 개소식은 5월초로 예상하고 있다.

 

권역외상센터는 외상전담 전문의들이 365일 24시간 대기하고 외상환자 전용 수술실·중환자실을 갖춘 중증외상 전문치료센터다. 지하 2층 지상 5층에 중환자 병상 40개, 일반병상 60개 규모에 외상 전담의 등 전문인력 371명을 배치 운영한다. 경기남부권역은 물론 전국 중증외상환자의 진료를 책임질 기관이다.

 

국비 80억원, 경기도 200억원, 의료원 137억원 총 417억원의 지원을 받아 설립했다. 경기도 200억원은 곧 경기도민이 주신 돈이다. 정말 감사하고, 전국적으로 이런 전폭적인 지원 사례가 없다.

 

Q.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또 하나 있다. 메르스다. 병원들이 참 힘들었는데, 아주대는 어떠했나.

A. 당연히 힘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준비돼 있었다. 5년 전에 JCI 인증을 받았다. 당시 그 평가 기준에 맞춰 시설과 인력 투자 등에 20억원을 썼다. 2014년에 재인증받았는데, JCI 준비 과정과 인증받은 것이 힘들었지만 효과가 있었다. 이 평가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자연스럽게 교직원들의 환자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고, (과거에 교수 지휘가 있었다면)명확한 진료 시스템과 매뉴얼을 갖췄다. 메르스 사태에 매뉴얼대로 움직였다. 덕분에 메르스 확진 환자가 입원했었지만 단 한 명의 교직원이나 지역 주민도 감염되지 않았다. 서울 삼성병원을 비롯해 대형병원이 무너진 것은 ‘JCI 인증’ 따위 신경쓰지 않은 ‘자만’때문이었다고 본다. 아주대병원은 전년 대비 이익이 줄었지만 적자는 아니었다. 직원 봉급도 올렸는데, 이는 거꾸로 지역사회 주민들이 저희를 믿고 찾아와주셨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기회를 빌어 감사드리고 싶다.

 

Q. 그래서인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A. 국립대학병원이 없는 경기도에서 공공의료의 영역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국에서 가장 큰 응급센터와 중환자실을 운영하고 있다. 모든 의료기관이 외면하던 중증외상환자를 살려냈고, 일명 ‘이국종법’으로 부르는 중증외상센터 설립을 위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서민을 위한 국가정책으로 연계했다. 지역암센터와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아무도 운영하지 않으려 했던 성폭력ㆍ아동폭력 우선 진료소인 해바라기센터와 수원시가 설립한 수원시 환경성질환아토피센터도 위탁 운영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줄곧 경기도에서 공공의료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향후 병원이기에 건강 교육과 최상의 진료로 도와드리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이에 지난 3월1일자로 인재개발부를 신설했다. 시민대교육을 총괄 관리하기 위한 부서다. 기대해달라. 진료도 저소득층, 다문화, 탈북자 등 상대적으로 소외된 분들을 위해 진행하고 있다. 해외 진료의 경우 베트남 의료진에게 의료기술을 전수하면서 친한파 의료진을 배출하고 있다. 벌써 10여 명이 됐다. 이런저런 이유로 상도 많이 받았는데, 저희는 그렇다. 지역사회의 의료기관으로서 좋은 지역의료기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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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이선호 문화부장

정리=류설아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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