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에 내리 3판을 진 이세돌 9단이 첫 번째 승리를 거두고 한 “한 번 이기고 이렇게 큰 박수를 받아보기는 처음이네요” 라는 인터뷰 소감을 들으면서, 집밥고수와 인공지능이 요리대결을 벌이면 어떤 모습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요리대결이 벌어지는 스튜디오, 제철요리 재료가 주어지고 집밥고수와 인공지능 간에 요리경연이 펼쳐진다. 드디어 요리가 완성되고 판정단이 누가 만든 요리인지 모르는 무지의 장막 뒤에서 품평을 한다. 누가 이겼을까?
승자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바둑과 요리가 다른 점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첫 번째 다른 점은 바둑은 전문기사 기보 등 방대한 정보가 공개되어 있어 알파고의 학습이 가능하였는데, 도제 방식으로 레시피가 전수되는 요리에서는 레시피 정보 축적에 한계가 있다. 두 번째는 요리에 있는 손맛이라는 측정 불가능한 특성이다.
우리는 똑같은 레시피를 가지고 요리를 해도 요리사의 손맛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것은 흔히 경험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승부의 집을 지어가는 바둑알은 항상 변함이 없지만, 요리재료로 쓰이는 신선농산물은 기상이나 재배방법 등에 따라 변수가 많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바둑은 누구나 계산 가능한 집수로 승패를 결정하지만, 요리는 인간의 오감을 이용하여 승부를 판정한다. 이러한 바둑과 요리의 다른 점을 고려해 볼 때 인간과 인공지능의 요리대결은 인간의 승리로 끝날 확률이 높을 것 같다.
산업로봇, 무인자동차 정도에 익숙해 있던 인간들에게 알파고가 던진 충격은 대단했다. 인공지능에 일자리를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무력감이나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공상영화가 곧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는 두려움은 과도한 기우일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제4차 산업혁명이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은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
인공지능은 이미 의학ㆍ금융ㆍ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 의사보다 정확히 진단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연중무휴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공지능 의사를 곧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집밥고수와 인공지능 간의 요리대결 승패와 관계없이 외식산업계에도 인공지능이 도입되어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인공지능은 매우 다른 형태의 음식을 창조하는 ‘분자요리’ 시대를 앞당길 것이다. 올리브오일을 액화질소로 순간 냉동해 만든 아이스크림, 흰자는 우유이고 노른자는 망고인 달걀 프라이 등과 같은 분자요리는 음식의 상식을 바꾸고 식문화를 더 풍요롭게 할 것이다.
세 번째 패하고서 “이세돌이 진 것이지 인간이 진 것이 아니다” 라고 했던 이세돌 9단의 명언은 인간의 무한한 잠재력을 염두에 둔 말일 것이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변화는 우리 인간에게 새로운 기회요 도전이다. 인공지능을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에 따른 영향을 잘 이해하는 자에게 새로운 기회의 여신이 미소 지을 것이다.
박종서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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