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나도 실리콘밸리처럼…

얼마 전 실시했던 4ㆍ13 총선에 대한 분석들이 다채롭다.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전문가들의 이야기들도 많이 접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투표로 실현된 국민 한표의 위력이 아닐까? 오늘은 총선투표가 아니라 크게는 경제발전, 작게는 개인의 투자 측면에서의 작은 한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옛말에 십시일반이라는 말이 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의미는 알고 있을 것이라 감히 생각하고 글을 이어가 보겠다. 마치 투표에서 한표한표 모인 결과가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듯이 요즘 크라우드펀딩이 화제다.

이전부터 리워드형(금액을 후원하고 물품 등을 받는 것) 및 대출형(P2P 형식의 대출), 기부형(영철버거 살리기 운동 등) 크라우드펀딩은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지만 지난 1월25일부터 시행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좀 낯설다. 나름 절차도 까다롭고 투자를 해볼까 하고 들여다보면 영 쉽지 않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무엇일까? 쉽게 이야기하면 인터넷으로 비대면 방식을 통해 증권계좌를 개설하고 이를 통해 주식을 발행받는 것이다. 기존 주식발행과 가장 큰 차이점은 상대적으로 쉽게 소액으로도 마음에 드는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는 요즘 시중에서 돈이 갈 곳을 잃었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린다.

 

그에 반해, 이를테면 오큘러스같이 스타트업들이 어마어마한 금액에 대기업 혹은 글로벌 기업에 인수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나름 착실하게 직장인 생활을 하고 있는 필자도 이런 대박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싶어질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 투자라는 게 어디 쉬운가? 영화에서도 보듯이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소위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대규모 자본을 가지고 멋지게 ‘좋소, 당신 회사에 100억을 투자하겠소!’ 하는 것이 일반적인 스타트업 투자의 모습이라면 거부가 아닌 나 같은 사람에게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즉, 나도 원하면 얼마든지 스타트업에 투자가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투자한도가 있기는 하지만 나도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리스트까지는 아니어도 투자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무조건 장미빛 뿐은 아닌 게 세상만사다. 명심하자. 이것도 투자고, 투자는 순전히 자기 책임하에 일어나는 일이다. 투자는 융자가 아니다. 투자는 빌려주는 게 돈이 아니라 나의 판단과 신뢰다. 현명하신 독자분들께서는 이러한 점을 잘 고려해주시길 바란다.

 

그런데 솔직히 다시 생각해봐도 좀 고급진 것 같다. 개인들이 모여 투자를 해서 스타트업을 살리고, 그 스타트업이 성공하면 그 성과를 함께 나누어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당신 앞에 있다. 해외에서는 점점 성공기업들의 IPO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던데, 괜찮은 초기 스타트업이 있다면 한번쯤은 모험을 해볼 만 하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스타트업은 기회고 리스크다.

 

최원우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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