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위해-소통의 핵심은 신뢰

국내 4번째 지카바이러스 감염자가 확인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 동안 3명의 환자는 남성이었던데 반해, 4번째 환자는 여성이어서 그간 알려져 왔던 신생아소두증 등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는 것 같다. 

이 기사에 이어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모기 중 흰줄숲모기가 상당히 있다는 기사,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흰줄숲모기에 물렸을 때 지카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에 대한 기사가 이어진다. 기사의 제목만 이어서 보면 우리나라에 지카바이러스가 들어왔고 매개모기가 있으니 올 여름에 모기에 물리면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될 것 같은 불안감이 들게 된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외국에 방문한 적이 없는 우리나라 사람이 국내에서 지카바이러스의 감염을 걱정하는 것은 지나친 기우(杞憂)이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흰줄숲모기의 경우 지카바이러스의 주된 매개체는 아니다.

같은 플라비바이러스에 속하고 같은 모기에 의해 매개되는 뎅기열의 사례를 보면, 아직 국내 모기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되었거나 국내에서 환자가 발생했다는 증거는 없다. 물론 향후 뎅기바이러스나 지카바이러스 감염의 국내 발생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를 대비한 조치들이 선제적으로 시행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와는 별개로 국민들이 현재 상황에서 미리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공중보건의 위기상황이 발생할 때, 이에 대한 실제적인 대비와 함께 국민들의 적절한 이해 및 행동변화를 위해 꼭 수행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위해-소통(risk-communication)이다. 감염성 질환의 경우 위해-소통이 적절하게 이루어지게 되면 국민들은 질병에 대해 적절한 수준의 이해와 경각심을 갖고 이에 대한 대비를 하게 된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 2015년 메르스 유행 상황을 보면, 우리 사회에서 위해-소통은 그리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 같다. 자극적인 기사를 주로 보도했던 언론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공중보건의 위기 상황에서는 언론도 공공기관과 같은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정확한 내용을 책임감 있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위해-소통의 중심은 정부여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기관의 역할에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 지카바이러스 등을 포함한 공중보건의 문제에 대해 정부가 발표하는 내용을 보면 알려져 있는 전문가적 지식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정부의 발표에 대해 일단 의심을 품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무엇이 문제일까? 위해-소통에 대한 세계보건기구의 보고서를 보면, “위해-소통에서, 신뢰가 거래 수단이다.”라는 기술이 있다. 즉, 신뢰, 특히 정부기관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성공적인 위해-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언제인가부터 정부기관에 대해 국민들이 잘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정확한 내용이 전달되고 있다는 것만으로 위해-소통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내용이 신뢰성 있게 전달되도록 하는 것, 이를 위해 먼저 정부기관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최원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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