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 광릉 주변 일대 숲은 능림으로 풀 한포기까지 보호되어 왔고, 근세에 들어서는 근대적인 의미의 조림사업이 시범적으로 행하여졌으며, 우리나라 임학 및 식물분류학이 태동된 곳이기도 하다. 1987년부터 국립수목원이 자리 잡고 있는 광릉숲은 오늘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생태박물관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광릉숲의 발자취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기념식수 및 조림이야기이다. 박정희 대통령부터 시작되어 여덟 분의 대통령과 한분의 대통령 권한 대행이 심은 대통령 나무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1970년 4월 5일 제25회 식목일을 맞이하여 박정희 대통령은 광릉숲 1.5ha에 전나무와 잣나무를 심는 조림행사를 하였다. 이 행사를 시작으로 온 국민이 참여하는 조림과 사방사업이 전개되어 전 국토가 울창한 숲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에는 광릉숲 조림지에서 자란 잣나무를 올림픽 공원으로 이식하였다. 오늘날 올림픽 주경기장과 몽촌토성 주변에서 시민들의 벗이 되고 있는 잣나무는 우리나라 산림녹화의 시발점이 되었던 바로 그 나무다.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을 9개월 앞두고 2007년 5월 주목 한그루를 대통령 나무로 심었다. 노무현 대통령 나무가 늦게 심겨진 이유는 2004년 3월에 있었던 대통령 탄핵소추에서 비롯되었다.
2004년 초에 국립수목원에서는 대통령 나무 식목행사를 준비하였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받게 됨에 따라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이 식목일날 기념식수를 하였다. 역대 대통령 중 노무현 대통령만 대통령 나무가 없다는 것을 청와대에서 뒤늦게 알고 서둘러 식목행사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126조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매년 1인당 249만원씩 숲이 주는 선물을 받고 있는 셈이다. 굳이 이렇게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지 않아도 우리 모두 숲이 주는 치유의 마법을 알고 있다.
숲이 주는 치유의 마법을 풍류로 즐기셨던 우리 선조들은 삼천리 금수강산 산천 경계를 유람하면서 감동과 환희를 그림과 글로 남겼다.
조선 중기 시대의문인인 이정구는 늦가을 삼각산(북한산)에 올라 “때는 첫서리가 내린 지 겨우 며칠 밤이 지난 터라 단풍잎은 성성이의 피로 물들인 듯이 붉었으며, 푸른 소나무와 노란 국화는 계곡 골짜기에서 아름다움을 다투었으니, 참으로 비단을 수놓은 세계였다”라고 단풍의 감흥을 노래하였다.
우리나라 산하 곳곳에 스며 있는 선조들의 발자취를 돌아보면서 지금 우리 사회에서 만연하고 있는 불평등의 갈등을 치유해보면 어떨까?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광릉을 품고 있으면서, 유네스코생물보전지역으로 550년 기록의 역사를 간직한 광릉 숲에서부터 그 첫걸음을 시작해 보자.
박종서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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