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를 풍미했던 쾌락주의(hedonism)에 대표되는 에피쿠로스(Epikuros) 철학에서는 쾌락을 선(善)으로 보고 인간이 최대한 행복을 성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쾌락을 윤리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탐구하기도 했다.
또한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와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등은 한마디로 쾌락을 인간의 삶의 원천으로 보고 이를 어떻게 잘 활용하고 나아갈지에 대한 방법을 모색하였다. 금욕주의 입장에서 보면 도저히 말도 안 되는 논리겠지만, 인간에게 있어서 이성이전에 본능이 삶의 원천적 에너지임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란 점에서 보면 쾌락을 비윤리적이며 부정적인 측면이 아닌 인간의 삶에 욕망을 발현시키는 표현이자 에너지원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정신적·육체적인 욕구나 욕망을 금하고 종교나 도덕상의 이상을 성취하려는 금욕주의 사상이 세상을 지배 한 적도 있기는 하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와 교육적 관점의 변화를 통해 욕망과 욕구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이루어졌다.
한편 인간의 움직임 욕구 역시 쾌락의 시각에서 유쾌한 해석이 가능 하다.
문화인류학자인 호이징가(Huizinga)는 그의 저서 ‘놀이하는 인간’(Homo Ludens)에서 인간의 움직임은 본능이며, 이러한 움직임은 놀이라는 속성에서 나오는 것이라 주장하였다. 결국 놀이는 유희수단이자 쾌락을 위한 산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인간의 움직임 놀이는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가장 후유증이 없는 완벽한 ‘건강쾌락 놀이’라 할 것이다.
얼마나 좋은가! 본능적 욕구를 표출하며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움직임 놀이…… 건강을 위한 움직임의 쾌락!이라… 대개 사람들은 샤워를 하면 기분이 상쾌하다고들 한다. 운동 후 샤워를 하면 어떻겠는가? 그 기분은 아마도 배가 되지 않을까?
그런데 신체적 움직임 놀이가 쾌락적일 수 밖에 없는 흥미로운 이유가 있다. 그것은 일정시간의 움직임 즉, 운동을 하게 되면 기분 좋게 흥분하게 만드는 아편과 같은 뇌의 신경전달물질들이 작동을 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β-엔도르핀이다. 본 물질은 생체 내에서 생성되는 천연 마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아편에 중독되듯, 움직임에 중독되어 다소의 문제를 야기 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코스트루발라(Kostrubala)는 그의 저서 ‘러닝의 즐거움(The joy of running)’을 통해 달리기의 긍정적인 중독성을 언급했다. 달리기 혹은 운동의 긍정적 중독은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활력을 증가시키고, 개인의 안녕과 기능 상태를 개선시키는 활동이라고 하였다.
이처럼 운동은 인간의 움직임에 본능을 충족시킬 수 있는 긍정적 쾌락 추구 활동이며, 결국 각자의 삶에 질과 행복을 높이는 중요한 행위라 하겠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움직임의 쾌락에 중독되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발걸음을 시작해야만 할 것 같은 책임감이 드는 이유는 왜일까?
이은석 가천대학교 운동재활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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