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저린 교훈… 변해야 한다”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경선을 벌이던 당시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이 교육감이 지난 2년간 경기교육호를 이끌어 오면서 때로는 이정표가 되고 때로는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상주’의 마음으로 유가족을 이해하고 ‘교육 책임자’의 마음으로 단원고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며 상처와 갈등을 봉합하는데 애썼다.
이런 과정을 통해 4·16 교육체제가 세상으로 나왔다. 지난달 세월호 참사 2주기에 맞춰 도교육청이 내놓은 새로운 교육체제는 ‘행복한 배움으로 모두가 특별한 희망을 만드는 공평한 학습사회’를 비전으로 4대에서 영역 206개 정책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그는 “슬픔을 다짐으로 바꾸고, 다짐을 실천으로 옮기고, 실천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이 되어야 할 것”이라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이다. 그래야만 한국 사회와 우리 교육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시대적 책무와 과제에 대한 소임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Q. 4·16교육체제 출범 배경은
A. 2년 전 수학여행을 떠난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우리는 지켜드리지 못했다. 그리고 2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그 비극과 슬픔을 그리고 그 진실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채 2주기를 맞았다. 우리는 온 마음으로 세월호 참사를 수없이 곱씹으며 왜 이러한 참사가 일어나게 되었는지, 왜 한 명의 아이도 살리지 못했는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통스럽게 성찰해야 한다.
참사를 잊을 수가 없다. 잊어서도 안 된다.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마음으로 교육을 하는 사람이고, 꽃잎 같은 아이들을 떠나보낸 비극을 짊어진 상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슬픔을 넘어 희망을, 고통을 넘어 새로운 꿈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많이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세월호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유가족들은 여전히 거리를 헤매면서 아픔을 달래고 있고 팽목항에는 실종자들을 기다리며 울부짖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4·16교육체제’는 새로운 교육을 향한 우리의 시작이다. ‘4·16교육체제’는 지난 2014년 4월 16일을 기점으로 해서 우리에게 준 하나의 명명, 또 하나의 교육의 혁명이라고 생각한다.
A. ‘4·16교육체제’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 중 하나는 ‘4·16교육체제’라고 이름을 만들기는 했지만 ‘교육체제’라는 말이 맞느냐, 또 하나의 틀을 만드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교육의 미래를 밝혀보자는 것이 우리들의 목적이었다.
우리는 현재의 역사 속에서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을 요구받고 있고, 어떻게 하면 교실 안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경쟁위주의 교육으로부터 협동위주, 지식 중심의 교육으로부터 인간중심, 과거로부터 미래를 지향하자는 것이 시·도교육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참사 이전과 이후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는 준엄한 명령을 들었고, 실제로 그러기 위해 지난 2년간 전국 교육감들이 때로는 몸부림치며 때로는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지난 4월 20일에 개최한 ‘4·16교육체제 선포식’은 그저 작은 시작일 뿐이다. 여기에 더하고 새로운 것들을 적용시키고 가감해가야 한다. 완성품이 아니다.
Q. 4·16교육체제의 방향은
A. 교육이 새로워지려면 교육의 틀과 방법, 학교 문화가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 한국교육은 1995년 이래 지난 20여년 간 ‘5·31교육체제’라는 이름 아래 경쟁교육, 수월성교육으로 교육자체를 황폐화됐다. 이를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교육으로 사람을 바꿔야 한다. 교육으로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 이제까지의 수동적 방식의 교육이 아닌 능동적인 교육, 경쟁교육이 아닌 협동과 협력이 바탕이 되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미래의 꿈과 희망을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들의 과제이자 ‘4·16교육체제’의 방향이다. 세월호 참사의 시대적 교훈을 담아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쟁이 아닌 협력, 수월성이 아닌 협동성, 획일성이 아닌 다양성 그리고 수동성이 아닌 역동성을 바탕으로 교육체제의 혁신을 이루자는 것이 ‘4·16교육체제’가 담고 있는 내용이다.
‘4·16교육체제’는 배움을 즐기는 학습인, 실천하는 민주시민, 따뜻한 생활인, 함께하는 세계시민의 4가지 인간상을 추구한다. 우리 학생들이 배움을 즐기는 학습인이 되길 희망하며, 가르침과 배움이 함께하는 수업과 교실, 학교에서 배움을 즐기길 바란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사회구성원이 서로 연대하고 책임을 공유하는 실천하는 민주시민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학생들이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 기쁨과 아픔, 슬픔을 함께하고 지구공동체를 위해 함께하는 세계시민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A ‘4·16교육체제’를 실현해나가기 위해서는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들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고 자신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교육체제가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 미래사회 핵심역량을 기르는 행복한 학교, 더 좋은 학교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모든 구성원이 학교민주주의를 만들어가야 한다. 학교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교육가족 모두가 교육의 주체라는 인식이 분명해야 한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교육의 주체고 우리는 교육을 위해, 학생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인식이 분명해야 한다.
또 우리가 변화시키고자하는 교육에는 ‘학생’이 중심이 돼야 한다. 선거공약 중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던 것은 학생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다는 것이다. 인식을 바꿔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를 여기에 둬야 한다. 우리가 미래를 내다볼 때 지금의 학생들에게 미래를 이끌어갈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우리는 사회의 절차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형성돼있지만 실제 민주주의 문화는 아직 발전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도 인간이고, 인간으로서 존중을 받아야 한다. 과거와 같은 수직적 사회에서 수평적 사회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이러한 개념과 문화가 바뀌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떻게 학교문화를 수평적 문화로 바꿀 수 있을까, 여기에 따르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의 문제와 실천력이다.
Q. 학생, 학부모, 교육가족을 포함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A. 고 신영복 선생님께서 남기신 글씨 가운데 ‘처음처럼’이라는 글씨가 있다. 신영복 선생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산다는 것은 뭔가. 산다는 것은, 처음을 다시 만드는 끊임없는 시작이다’. 매 순간 처음이다. 매 순간마다 처음을 맞이할 수 있다면, 매 순간 처음을 만드는 자세로 한다면, 우리 삶은 더욱 생생하고 기쁨이 가득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우리 가슴 속에 담고 기억하면서 우리에게 맡겨진 교육의 책무를 매 순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우리가 가는 길 위에 노란 리본을 계속해서 깔아나가겠다. 처음을 만나는 늘 새로움이 있기를 바라면서, 경기도의 이러한 변화가 대한민국 교육에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글 = 이지현기자 사진 = 김시범·오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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