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조선업 등 우리 경제를 떠받치던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장안의 화두이다. 1997년 외환위기 등 크고 작은 구조조정의 세파를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한 우리에게 구조조정은 그리 생소한 용어는 아니다. 인간사에서 갈등을 피할 수 없듯이 경제발전 과정에서 산업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구조조정의 고통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운명적 낙관론에 다시 한 번 기대어 극복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거론되고 있는 위기가 조선업 등 몇몇 산업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질 경제성장률과 잠재 경제성장률이 2.5%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우리나라 경제의 붕괴를 우려하는 전문가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저성장과 분배갈등, 인구절벽과 고령화, 소비절벽과 내수불황 등의 문제가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맞물려 더 심화될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한 해법으로 구조조정의 청사진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되돌아보면 구조조정의 태풍이 지나간 후에 현재 우리 사회를 가장 위협하고 있는 부의 양극화가 더 심화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외환위기 당시에 우리는 IMF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혹독한 고통의 구조조정을 실시하였다.
구조조정의 결과로 구제금융을 조기에 상환하는 성과도 있었지만 중산층의 해체, 비정규직 양산 등으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이 확대되는 부작용을 안게 되었다. 물론 부의 양극화는 제3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의 산물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높은 부의 불평등지수는 우리가 구조조정의 역사에서 꼭 새겨야 할 아픈 교훈이다.
IMF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소득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3년 기준 43%로 소득 불평등지수가 아시아에서 제일 높다. IMF는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지수가 높은 이유를 급속한 고령화와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큰 임금격차, 성차별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진보 속도가 더 빨라지고, 일자리 수요의 대변화가 예상되는 새로운 산업 흐름을 고려한 구조조정을 통해 불평등의 사슬을 탈출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상황이 이렇게 엄중함에도 최근 정부가 한국은행과 구조조정 재원조달방법을 놓고 벌인 갈등을 보면, 정부가 근본적인 처방과 해법을 내 놓는 것보다는 서투른 외과의사가 되려고 하는 것 아닌지 의구심을 낳게 한다.
골든타임 운운하며 우왕좌왕하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에 우리는 말해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을 성장 동력화할 수 있는 구조조정의 밑그림부터 먼저 마련하라고. 밀실에서 설익은 과일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에 우리는 요구해야 한다.
범정부적 거버넌스 대화기구에서 해법을 논의하고 합의를 구하라고. 핑곗거리 찾으며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에 우리는 외쳐야 한다. 구조조정은 노벨 경제학 수상자 앵거스 디턴이 말하는 불평등 탈출의 서막이 되어야 한다고.
박종서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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