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있어 불가결한 금융부문은 어떠한가? 전 세계를 덮친 2008년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은 구미 금융기관에 비하면 덜하다. 허나, 그 후 세계적 차원에서 지속되고 있는 저성장 국면과 주가 하락 등의 요인에 의해,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업적 역시 썩 좋지 않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바로 은행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지역기업에게 돈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 지역경제를 둘러싼 구조적인 환경 변화를 고려하여 지역금융의 작동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때가 왔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지역경제의 지반침하 현상은 심각하다. 지역경제 살리기와 이를 위한 지역금융의 활성화는 전 세계의 공통적인 문제로 대두했다. 미국에서는 ‘지역재투자법(CRA)’이 지역의 자금순환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 법은 일반 상업은행이 자신의 점포가 위치한 지역의 영세기업과 중저소득층의 자금수요에 적극 대응할 것을 의무로 설정하고 있다.
이 법에 의거하여, 미국의 금융감독 당국은 대형 상업은행을 대상으로 이들이 지역 주체들에게 돈을 잘 풀어주고 있는지를 심사하여 일정 기준을 만족하지 못 하는 은행에 대해서는 통합, 지점 개설 등을 승인하지 않는 ‘채찍’을 부과한다.
그러니, 미국의 은행들은 그들이 입지하고 있는 지역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지역에 ‘착근된’ 금융 덕분에 미국의 지역경제는 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독일에서는 저축은행(Sparkassen)이 지역금융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데, 이들은 돈을 버는 것 보다 지역의 영세 상공업자들의 자금 수요를 잘 파악하여 이들에게 낮은 금리로 자금을 ‘걸쭉하게’ 빌려주고 또 이들이 잘 갚을 수 있도록 사후적인 경영지원까지 ‘정스럽게’ 해주고 있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들 독일 저축은행들을 민간 자본이 아니라 바로 그 지역의 지자체와 같은 공적기관들이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타 상업은행들처럼 주주 눈치를 보거나 수익에만 매달리지 않고 지역의 어려운 영세사업자들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들을 금융을 매개로 지원하는, 그런 묵직한 마음으로 공공선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 흥미롭다. 이와 같은 저축은행의 메카로 불리는 독일 바뎀 뷔르템베르그 주는 독일 내에서 지역경제가 가장 ‘잘 나가는’ 곳이다.
그렇다면 미국과 독일 지역금융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금융의 공공성’이다. 미국은 법률로 은행의 공공적 기능을 유도하고 있고 또 독일은 공공 주체가 은행을 소유하고 있다.
이러한 공공성이 강한 지역금융이 지역경제에 매우 강한 생명력을 불어 일으키고 있음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법제도와 공적기관을 무조건 칭송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지역을 위해서는 그 지역금융에 ‘공공’이 관여하는 것은 옳은 일인 듯하다.
양준호 인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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