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초 정부가 미국의 사드 도입 결정을 발표한 후에 여론에는 지지와 반대의 양 입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지자들은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에 가장 효과적인 대처수단이며,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 방어적 무기체계라는 정부의 입장에 공감하고 있으나, 반대론자들은 중국의 반발을 초래해 한ㆍ중 관계를 저해하고 유무형의 보복조치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사드 도입 결정 이후에 실제로 중국방문 비자 발급, 한류 교류, 중국 관광객의 한국 방문 등에 부정적 여파가 나타나고 있어 우려가 되고 있다.
또한 우리 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의 저지를 위해 2015년 9월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가 등을 통해 그동안 공들여 진전시켜온 중국과의 공고한 대북공조 협력 관계가 틈이 벌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 크게 아쉬운 바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중국의 반발과 대북공조 관계의 훼손 등의 후과(後果)가 예견됨에도 불구하고 사드 도입 결정을 다소 전격적으로 내린 배경에는 지금 시점에서 도입결정을 내리는 것이 대내외적인 제반 여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국익에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또 근저에는 대외적으로 공표하기가 곤란한 외교안보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지금 미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대통령 선거 정국도 이러한 배경의 하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대선 후보들이 보여준 정치적 성향과 더불어 주한미군 경비부담 문제와 한ㆍ미 동맹관계에 대해 언급한 내용도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고려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우리가 G2 경쟁시대에 처한 현재 상황에 대해, 한반도의 운명이 과거 19세기 말에 주변 열강들에 의해 결정됐던 역사가 반복될 가능성에 관한 우려와 경고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데, 이는 식민지 경험과 남북분단 그리고 6ㆍ25전쟁까지 이어지는 민족 수난의 근대사가 주는 트라우마(trauma)가 우리를 가위눌림 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해도 좋을 때다. 우리는 강대국 사이에 끼인 새우라는 열등의식은 우리의 국력과 역량에 비추어 걸맞지 않는 낡은 의식이라고 생각된다. 이제 한국의 세계 속의 위상은 외교적으로 고립당하거나 또는 주변 강대국들에 의해 운명이 자의적으로 재단되는 그러한 상황을 상상할 정도는 졸업했다고 봐야 한다.
전세계 200여 국가 중 선진국 일부를 제외한 150여 개 이상의 국가들은 한국을 자국의 경제 발전을 위한 롤모델(role model)로 존중하면서 정부 수반과 외교, 경제장관들이 한국을 배우고 한국기업의 투자를 유치코자 방문을 요망하고 있다.
이러한 요청에 대해 우리는 가능한 부응코자 고심하고 있으나 매년 우리의 바쁜 국내외 외교 일정상 전부 다 수용치 못하고 있어 안타까울 정도다. 또한, UN, WTO를 비롯한 다양한 국제회의에서도 주요 의제에 관한 한국입장은 많은 국가들이 자국 입장수립에 참고할 정도로 한국의 비중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국제사회에서 존중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과거사의 트라우마(trauma) 굴레에서 벗어나 드넓은 해양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돌고래로서 자신감을 가지고 국가발전과 남북통일, 주변 국가와의 우호협력 그리고 세계의 번영을 위해 노력할 때다.
신길수 前 주그리스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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