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일체험] 축산위생연구소 야생동물구조센터 구조원

도시화가 만든 이중적 현실… 생사의 야생동물 희망의 손길로 보듬다

제목 없음-1 사본.JPG
▲ 정진욱 기자가 재활 치료중인 새끼 고라니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2009년부터 환경파괴와 각종 개발 때문에 점점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야생동물구조센터(이하 구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야생동물구조센터 구조원의 체험을 통해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신음하고 있는 야생동물과 이들을 보호하고자 땀 흘리는 수의사들 그리고 인간과 야생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경험했다.

 

경기도, 전국 최다 야생동물 구조지역
전국 서 가장 많은 야생동물을 구조하는 구조센터는 2013년 1천147건, 2014년 1천136건, 지난해 1천138건 등 매년 1천100건 이상의 야생동물구조작업을 실시하고 있는 데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도 많이 늘어나면서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날 기자가 갈 곳은 양평과 여주로 소쩍새와 새호리기가 상처를 입은 채 구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이곳 수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강청근 주무관과 함께 구조용 차량을 이용해 양평으로 이동했다.

제목 없음-2 사본.jpg
경기도축산위생연구소 야생동물구조센터 일일체험에 나선 정진욱 기자(오른쪽)가 센터 직원과 함께 다친 동물을 구조해복 귀하고 있다.
양평·여주서 ‘생사의 갈림길’ 울부짖음
이동 중 강 주무관으로부터 구조센터에서 수의사들이 하는 역할과 어려움을 들었다. 하루에 예정된 출동횟수 외에도 긴급하게 걸려오는 응급전화에 따라 수차례씩 출동이 반복되기도 했으며 응급한 상황은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급하게 진행해야 하는 등 가히 ‘야생동물 119구조대’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

 

이날 여주에서 발견된 여름 철새인 새호리기(멸종위기 동물 2급) 역시 어딘가에 날개를 부딪쳐 날지 못하다가 소방관들에 의해 구조가 이뤄진 상태였다. 왼쪽 날개가 축 쳐지면서 날지를 못하고 있어 사람의 눈에 띄지 않았다면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응급처치를 해야 할 상황은 아니어서 센터로 이송을 위한 절차만 간단하게 진행됐다.

 

양평군이 위탁해 운영되고 있는 양평군내 사설 동물병원에서는 부모를 잃은 소쩍새 유조(어린 새)가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모 새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해 뒤처지거나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발견되는 경우 구조원의 손길은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에 선 구원같은 존재였다.

 

일정은 급하게 돌아갔다. 두 마리의 구조동물을 구조차량에 태우고서는 쉴 틈 없이 곧바로 센터로 이송작업이 이뤄졌다. 서둘러 치료를 해야지만 회복도 빨라질 수 있었고 언제 또 응급 전화가 걸려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센터로 조기복귀가 이뤄져야만 했다.

제목 없음-3.jpg
정진욱 기자(왼쪽)와 구조원이 차량에 치여 다리가 부러진 새끼 고라니의 치료를 돕고 있다.
인간과 야생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센터로 복귀해서는 일단 구조된 동물에 대한 종합적인 검진이 시작됐다. 이곳 센터에서 치료를 받는 야생동물 중에는 부상 정도가 심해 다시는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조류들도 있었다. 

 

경남에서 발견된 이후 수차례의 방생 조치가 이뤄졌음에도 복귀할 수밖에 없었던 검은머리독수리와 시력을 완전히 상실한 수리부엉이, 뒷다리 두 개 모두 골절된 고라니들은 이곳 센터를 새로운 보금자리 삼아 남은 생을 살아가야 했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른 동물들 역시 부상을 당하면서 생긴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는 수의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인간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그만큼 생존 영역을 위협받는 야생동물들의 고통에 안타까움이 앞섰다.

 

사람에 의해 삶의 터전에서 내쫓기고 다쳐서 생사에 갈림길에 서기도 했던 야생동물들을 정성껏 돌보고 함께 하는 미래를 꿈꾸는 이곳 수의사들과 하루를 보내면서 기자도 자연과 인간이 공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제목 없음-4 사본.jpg
▲ 재활 치료중인 조류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기자.
제목 없음-5 사본.jpg
▲ 구조센터에서 보호하고 있는 조류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글_정진욱기자  사진_김시범 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