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미국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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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가 민주·공화 양당 후보 간 2차례 TV토론 전개 등 막바지에 와있다. 내년 우리의 대선과는 약 1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있는 미국의 대선에서 우리와도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현상들이 눈길을 끈다.

 

첫째, 반세계화(globalization)정서가 국내정치에 미치는 영향이다. 세계화는 자유교역을 통해 국가의 생산력과 부의 증대를 가져왔지만, 사회계층간 부의 양극화 심화 및 중산층의 붕괴를 초래하여 저소득 하위층이 증가하는 문제점이 노정되고 있다.

중국 등 신흥공업국들의 부상으로 제조업부문의 경쟁력이 취약해진 미국과 유럽에서 저소득 노동자층을 중심으로 반세계화 정서가 표출되고 있다. 지난 6월 영국의 국민투표에서 EU탈퇴(Brexit)가 결정된 것도 세계화에 대한 반동현상으로 평가된다.

 

공화당의 비주류인 트럼프후보가 저소득 백인노동계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현상은 브렉시트(Brexit)와 맥락을 같이 하는 점이 있다고 본다. 값싼 수입상품과 저임금 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긴다고 좌절하는 계층이 트럼프 후보자의 불법이민 강성대책과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공약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반세계화 정서는 최근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등지에서도 극우주의(far-right) 정당들이 주요 정치세력으로 급성장하는 배경을 이룬다.

 

둘째, 대통령의 국민통합 역량이다. 현 미국사회는 당파적 양극화와 첨예한 인종적 갈등이 만연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사회의 통합을 이루어 낼 대통령이 선출되기를 갈망하고 있다. 그러나 미 여론조사에 의하면, 양당 후보자들이 자질론과 도덕성의 관점에서 각각 유권자들의 비호감도가 높다고 한다. 대통령 당선자는 비호감도를 넘어 시대적 요청인 국민통합에 부응할 수 있을지가 성공적인 국정수행의 관건으로 보인다.

 

셋째, 후보자가 표방하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이다. 미국의 일방적 희생으로 유지되는 동맹이나 교역은 불공정(unfair)한 것으로 보고 이의 시정을 위해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 증대와 자유무역협정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미국의 세계적 지도력 발휘보다는 실업난 해소 등 국내 민생현안에 우선을 두는 미국 우선주의는 외교적 고립주의와 보호무역 강화로 경사될 공산이 크며 반세계화 정서를 자양분으로 삼아 뿌리가 깊게 내려질 수 있다. 미국 우선주의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향후 대선들에서도 후보자들의 주요한 선거공약으로 재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반세계화정서, 대통령 당선자의 사회통합 역량, 미국 우선주의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빈부 격차의 심화 및 중산계층의 몰락현상은 우리 사회도 적극 대처해야 할 공통적인 증상이며, 우리의 이념적, 지역적, 계층적 갈등을 해소하는 사회지도층의 노력도 중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노블리제 오블리스라고 본다. 미국 우선주의는 북한의 핵위협에 처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한미간 긴밀한 공조에 그림자를 드리울 가능성도 있다. 미 대선 결과를 우리가 잘 반추해야 된다고 본다.

 

신길수 前 주그리스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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