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그간 수십 년 동안 다행스럽게도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유지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일부 연예인들의 일탈 정도로 취급돼 왔던 마약관리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근자에 대검찰청이 발표한 지난해 마약범죄 검거자 수는 1만1천916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형사사법기관에 적발되지 않은 마약류 실사용자들을 차치하더라도, 한해 마약류 검거사범이 1만 2천 명에 육박했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우리나라가 유지해 온 UN의 마약청정국 지위가 박탈될 수 있는 시점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검찰청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의 재범률은 40%에 가깝다. 한 해 마약류 범죄로 검거되는 사람의 40%가 마약류 전과자로, 이는 재범률이 높다고 알려진 성범죄에 비해서도 약 4배가 높은 수치다.
마약류 사범의 재범률이 높은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마약류 투약으로 인한 중독이 대뇌 보상체계에 변화를 가져오고, 신체에 강한 내성을 일으키는 뇌 질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약사범에 대한 대책으로 강력한 형사적 제재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보다 근본적인 치료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마약류 관리대책은 철저한 마약 유통 단속과 마약사범에 대한 엄벌주의로 특징 지어져 왔다. 물론 마약류 사범에 대한 엄중한 형벌집행이 갖는 순기능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마약범죄의 사전예방과 중독자에 대한 치료적 접근 역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UN에서 발간된 2015년 ‘세계 약물 보고서’(World Drug Report 2015)에 따르면, 서·중부 유럽의 경우, 약물남용자 4명 중 1명은 약물남용 치료를 받고, 특히 ‘의학적 개입이 수반된 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약물남용이 뇌 질환이라는 인식하에 많은 대상자에게 의료적 치료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14년부터 보건복지부가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법무부에서도 최근 마약류 사범에 대한 치료 재활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 활용도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마약중독자들에 대한 치료적 접근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들의 자발적 참여의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된 마약중독자에 대한 편견과 처벌 우선적 형사사법 정책으로 인하며 스스로 치료시설을 찾지 않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마약류 사범에 대한 치료 재활정책들이 형식적인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마약류 중독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이 변해야 한다.
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대책이 ‘배제와 처벌’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통합과 치료’의 길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마약류 재투약률은 급속히 증가할 것이고 마약청정국이라는 지위도 아주 먼 과거의 일로 기억되는 날이 오고야 말 것이다.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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