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취리히 도심 속 린덴호프 공원에서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체스를 즐기며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한 국가에서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비율(65세 이상)은 지난해 13.1%를 기록했다.
오는 2026년 20%, 2050년에는 37.4%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노인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현실의 우리 노인의 삶은 여전히 척박하다. 하루의 먹을거리를 마련하고자 폐지 줍는 노인, 쪽방촌에서 폭염이나 추위를 버티는 노인, 자식에게 버려진 노인, 심지어 고독사 하는 노인까지…. 노인의 삶은 버겁다. 냉담한 현실에 이제 노인에 대한 관심은 필수다.
이에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에 접한 스위스와 프랑스 등 노인복지 현장을 살펴본다.
스위스 취리히(Zurich) 근교 도시 듀벤도르프(Dubendorf)의 공립 노인복지시설 Alters Uns Spitexzentrun에서 입원 노인들이 치매예방을 위해 스위스 전통 카드놀이를 즐기고 있다
노인복지 세계 1위 스위스
스위스는 지난해 노인이 살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 전 세계 1위에 올랐다. 국제노인인권단체 헬프에이지 인터내셔널이 96개국의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복지 현황을 조사한 결과다. 우리나라는 60위에 올랐다. 1위와 60위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이에 대한 물음은 취재진이 스위스의 한 노인복지시설을 도착했을 때 알게 됐다. 취리히 인근에 있는 공립 노인복지시설인 ‘stadt opfikon’. 이곳에는 알츠하이머 환자 등을 비롯하여 거동이 불편해 도움이 필요한 노인 80여 명이 생활하고 있었다.
스위스가 지닌 첨단 노인복지시설을 보려던 취재진은 해당 원장 인터뷰 이후 주변을 둘러보던 중, 선진 노인복지에 대해 알게 됐다. 그것은 1층 식당에서였다. 이곳 노인복지시설 1층 식당은 300여 명 가량 수용이 가능했다.
프랑스 파리 근교 베르사유 공원에서 한 노부부가 산책하며 한가로운 오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서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 하루하루가 행복하다”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환자와 직원까지 해봐야 150여 명이 될 텐데 300여 명까지 수용했던 이유는 1층 식당이 외부에까지 판매 목적으로 하는 레스토랑(Restaurant)이었기 때문이다. 환자와 직원 이외 주민들에게 음식을 판매하고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와 일반 시민들이 한 식당에서 자연스럽게 식사를 하고 어우러져 지내는 셈이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노인복지시설 바로 맞은편에 초등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서로 건물 간 별다른 담장이 없는 탓에 초등학교 아이들이 노인복지시설을 가로질러 집으로 등·하교 하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노인복지시설 내 잔디 위에는 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노인들의 모습까지 취재진에게 한 장면으로 들어왔다. 식당 관계자는 “이곳 식당은 노인들에게 밥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학교 측의 아이들 급식까지 함께 제공한다”면서 “아이들은 이곳 노인들과 함께 생활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Paris) 근교 누아지 르 그랑(Noisy-Le-Grand)에 위치한 사설 노인복지지원시설 ‘Les Opalines’에서 노인들이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서유럽 복지의 표본, 프랑스를 가다
프랑스는 혁명국가다. 과거 시민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쟁취하고자 싸워 온 정신이 현재까지 남아있다. 프랑스를 상징하는 말로 흔히 꼽는 것이 자유 평등 박애라는 세 단어인데, 해당 정신은 노인을 포함해 전반적인 복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국민 누구라도 복지에 대해 모두 평등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정서에 깔려있는 것이다. 더불어 우리나라와는 정반대로 개인주의 성향이 사회 전반에 자리해 ‘상대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인식이 있다. 이는 ‘공짜라 할지라도 약자의 것은 탐하면 안 된다’라는 식의 인식으로 이어졌다. 우리와 다른 점은 많다.
일단 수입에 대한 세금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걷는다. 그리고 그 돈은 평등의 원칙에 따라 모든 국민에게 배분하는 공짜 복지기금으로 쓴다. 돈 많은 일부 부유층은 이에 반발해 인근 모나코에 이민을 가기도 한다.
한국의 노인들이 복지시설에서 장기를 두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노인을 위한 ‘김영란법’ 마련이 필요하다”
한국이 나아가야 할 노인복지에 대한 방향성을 묻자 윤태영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46)는 최근 이슈가 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언급했다.
윤 교수는 “김영란 법이 사회 전반에 ‘하면 안 된다“는 인식 전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을 주목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윤태영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 교수는 “노인은 다른 사회구성원과 비교했을 때 사고 수준이 시간이 갈수록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전제로 ‘노인은 사회적 약자’라는 인식을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이를 통해 시설보다 제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돈으로 많은 부분을 지원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앞서 말했던 두 가지 제도적 보안만 마련돼도 노인들이 훨씬 전보다 살기 좋아질 것”이라면서 “이 같은 제도들이 계속해 마련된다면 일반 국민은 ‘노인을 대접해야 한다’는 인식이 전보다 널리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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