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히 따지면 1949년 7월 지방자치법이 제정됐으나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였고 민주화를 갈구하는 시민들의 열망과 성원에 힘입어 1991년 지방의회가 구성, 현재의 지자제가 정착됐다.
그간 지자제는 주민이 곧 주인이라는 명제 아래 지역사회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욕구와 의견을 담아 정책을 개발하고 실현, 지역의 발전과 안정을 가져왔다. 제도 도입시에는 일정한 권한 행사 외에는 국가가 입안한 정책을 수행하는 역할로 한정되며, 국가의 더 큰 발전을 위해 지자제 실행은 시기상조라는 자조 섞인 비판도 있었다.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무분별한 포퓰리즘과 선심성 공약 남발로 세간의 우려를 낳기도 했으며 드물지만 각종 이권 개입으로부터 시작된 검은 거래의 단상은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지자제의 본질을 얼룩지게 했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에서든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대의를 담고 있는 지자제 자체를 부정하고 폄훼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행동이다.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과 함께 성숙된 자세 배양 그리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올바른 역할분담을 재정립, 뿌리깊고 성숙한 지자제를 만들어야 한다.
지방자치란 일정한 지역을 기초로 지역주민의 직·간접적인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주민을 위한 자치를 실행하는 것으로 자치조직ㆍ행정ㆍ입법ㆍ권 그리고 자치재정권 등을 통해 민의를 반영한다.
성공적인 지자제 운영을 위해서는 위에서 열거한 권한이 정상적으로 작동돼야 하나 우리나라에서 본 권한이 충실히 이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정책은 민의를 반영해야 하며 민의가 반영된 정책 실현을 위해서는 재정이 필요하다. 재정확보를 위해서는 정책 주체가 필요한 만큼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현재 우리나라의 지자제가 ‘왜 충실히 작동되지 못하는가’에 대한 해답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루어야 하겠으나 특히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력에 있다고 본다. 열악한 재정의 원인은 세수입 결핍에서 오는데 이는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이 적다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 세입 분배과정의 불균등에서 오는 제도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물론 지자체별로 지방세를 과징할 수 있으나 지방세는 국세에 비해 금액이 턱없이 빈약하다. 지역 특성에 의해 특정 세수가 많은 일부 자치단체를 제외하고는 지난해 전국 평균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 54.02%에서 보듯이 전체적으로 낮은 재정자립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자체의 재정 보조를 위해 각종 교부금 및 보전금 등으로 재정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를 빌미로 지자체 운영에 상당한 제약을 주고 있다. 때문에 지자제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서는 재정지원을 통한 중앙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기존 세수입 체계와 시스템 변화가 절실하다.
또한 지방세수를 늘려 줄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대승적인 양보가 필요하며 지방정부에서는 제도개편을 위한 협상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야 할 것이며, 소중한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치밀한 계획을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최근 행자부는 지자체가 경기변동에 따른 세입감소 등 침체 시 활용할 수 있도록 재정안정화기금을 도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벌써 밀양시와 합천군은 제도를 도입, 운영하고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지방분권이 더욱 요구되는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지방세수에까지 간섭하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일부 부정적인 반응도 나오지만 지자체의 재정건전성을 위해 적극 검토 하고 활용할 가치가 충분하다.
안산의 경우 올해 수년간 지지부진했던 90블록이 우여곡절 속에 매매계약이 성사돼 8천여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세외수입을 얻게 됐다. 지난 30년간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책임진 시화공단을 품고 있는 안산은 굴뚝산업의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있는 도약의 기회를 얻었다.
시는 어렵게 얻은 소중한 재원이 가치있게 사용될 수 있도록 면밀한 검토와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며 필요에 따라 재정안정화기금으로 조성, 미래를 위한 투자로 사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자제 25년과 함께 안산은 어떤 도시보다 찬란하게 성장·발전해 왔다.
앞으로 더 큰 도약을 위해 현재 안산이 처한 대·내외적 상황을 냉정하고 면밀하게 판단, 지자제를 이끄는 모범도시로 발돋움 하도록 모두의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민근 안산시의회 의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