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AI 끝없이 번지는데… 남 지사는 높은 분 올 때만 관심?

홍 장관 포천 방문에… 발생 25일만에 첫 시·군 발걸음
특강·기자회견 등 정치적 행보 주력… 사태 수습은 뒷전
살처분·방역 현장 찾아다니는 타 지자체장 행보와 대조

▲ 14일 오후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왼쪽)과 남경필 경기지사(가운데)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가 큰 포천시 AI 방역대책본부를 방문, 상황을 점검하고 철저한 방역을 주문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 14일 오후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왼쪽)과 남경필 경기지사(가운데)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가 큰 포천시 AI 방역대책본부를 방문, 상황을 점검하고 철저한 방역을 주문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이 AI 방역점검을 위해 14일 포천시청 재난상황실과 방역초소를 찾았다.

 

홍 장관이 전국의 수많은 AI 발생 시ㆍ군 중 포천을 택한 이유는 그만큼 경기도내 AI 피해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 날 홍 장관과 함께 포천을 찾았던 이가 있다. 바로 남경필 경기지사다. 남 지사가 일선 시ㆍ군을 직접 방문한 것은 도내에서 AI가 발생한 지 무려 25일 만으로 오늘이 처음이었다.

 

경기도의 수장으로서 AI 등 위기 상황 발생 시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남 지사가 중앙정부의 ‘높은 분’이 온 뒤에야 비로소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지난달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그동안 단 한 번도 AI 현장을 찾지 않았던 남 지사는 지난달 25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도 북부청사 AI 방역대책본부를 방문하자, 그제야 본부를 찾아와 직원들을 격려하고 이를 안팎으로 홍보하기 바빴다.

단지 방역작업에 방해가 될 수 있고 AI 현장에는 외부인 접촉이 최대한 적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을까. 혹시 국무총리와 장관 방문 등 세간의 관심을 끌 만한 소재가 없거나 현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무관심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반면 같은 시간 AI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타 지자체장들은 남 지사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이낙연 전남지사는 지난달 16일 전남 무안의 한 오리 농가에서 AI 의심 신고가 접수되자 일주일 뒤 곧바로 살처분 현장을 찾았고, 안희정 충남지사도 이달 초 천안시를 방문해 방역현장 점검에 나섰다. AI와 구제역 등 가축 질병이 경기도를 휩쓸었던 지난 2010년과 2008년 당시 김문수 경기지사 역시 살처분 현장을 찾아 농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직원들을 격려한 바 있다.

 

이에 반해 남 지사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자식같이 키우던 가축들을 땅 속에 묻어야 하는 슬픔을 추스릴 새도 없이 앞으로의 생계를 위해 도 차원에서의 도움의 손길을 원하는 농민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던 것일까. AI 사태 수습은 뒷전인 채 대학교 특강을 비롯해 국회에서 수차례 기자회견을 하는 등 탄핵정국 속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데만 집중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벌써 도내에서만 포천과 양주, 이천, 용인 등 도내 주요 축산지역인 10개 시ㆍ군에서 700여만 마리를 넘는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겨울이면 더욱 확산하는 AI 바이러스 특성상 도무지 언제 이 비극이 끝날지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끝도 없이 반복되는 방역과 살처분 작업에 담당 공무원들은 한 달째 제대로 휴식도 취하지 못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AI 바이러스와 힘겨운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역대 최악의 AI 재난 상황 속에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는 도내 축산농가와 도민들이 남 지사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지 아쉬울 따름이다.

한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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