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촛불’ 선동은 민심 농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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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집회로 시위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세계가 우리를 주목하고 부러워한다. 월드컵 때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던 응원 관중에 놀라워했던 세계의 이목이다. 그 엄청난 숫자에 다양한 참여자들, 비폭력의 질서정연한 집회에 준법 투쟁(최순실 게이트는 국제 조롱거리였는데).

얼마 전까지 시위=폭력으로 국민의 외면을 받았던 집회가 문화행사로 자리 잡으며 ‘너도 나도’, 가족단위로까지 참가하기에 이른다. 국민들 마음속에 은근한 긍지도 있지 않을까? 우리 국민 지성이 이 정도라고. 그 놀라운 힘이 대통령 국회 탄핵안 통과까지 이끌어 냈다.

 

여기까지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데 참 난감하다. 이건 끝이 없다. 탄핵안이 소추되어 헌재의 판결을 남겨 놓았는데, 이제 기다려야 하는데, 매주 수십만 명이 광화문 광장에 몰려든다. 대통령이 잘못을 고백(?)하고 조기 퇴진을 받겠노라고 하자 하야로 바꾸고, 하야할 뜻을 밝히며 국회에서 절차를 협의해 달라고까지 수용하자 이번에는 탄핵으로, 탄핵이 국회를 통과하자, 다시 조기 퇴진으로. 헌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시민 혁명!’으로 나아가자고 공공연히 외친다.

 

퇴진과 탄핵은 꼼수였던 모양이다. 민주노총 등 진보진영 1천5백여 개 단체의 연대체인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과 야당은 정국을 시끄럽게 이끌어 나라를 혼돈으로 몰고 가 정권을 인수하던가, 대선 때까지 이어가 쉽게 권력을 쥐려는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법적으로 보장된 황교안(국무총리) 대행체제도 즉각 사퇴하란다. 무정부 상태로 만들겠다는 복안인 모양이다.

 

혁명을 앞세우며 끝내 ‘촛불 시민의회’ 구성까지 나아갔다. “촛불 민심을 왜곡하지 말라”는 국민들의 싸늘한 반응에 닷새 만에 입장을 철회했지만. 직접 민주주의 형태에 가까운 ‘온라인 시민의회’를 만들어 의견을 수렴한 뒤 시민 대표단을 통해 정치권과 언론 등에 전달해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취지였단다. 순수 촛불의 변질.

 

이 촛불 어디까지 튈지 모르겠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드러났을 때 시위에 참가하지 않은 많은 국민들은 ‘촛불’을 옹호하거나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촛불의 속내가 수상하다고 간파한 국민들이 태극기를 들고 ‘맞불 집회’에 나섰다. 변질 촛불이 맞불을 부른 셈이다.

 

‘촛불집회’가 ‘광장정치’의 대표 격인 ‘프랑스혁명(1789)’과 본질적으로 같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 원장은 14일 자유경제원에서 ‘프랑스혁명과 광장민주주의’라는 주제로 열린 ‘세계사를 알면 대한민국의 갈 길이 보인다’ 토론회에 참석, “현재 한국의 선동정치는 프랑스혁명을 모델로 삼은 이들이 이끌고 있다”며 “저항과 붕괴, 인민재판과 단두대로 상징되는 프랑스혁명을 한국사회가 이토록 집착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착오”라고 주장했다.

 

이번의 정치적 위기가 비단 박근혜 대통령의 개인의 ‘퇴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 정치권 세력의 총 퇴진과 총체적 재편성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어린 자식들의 손을 잡고 광장을 찾은 국민들은 박 대통령의 치명적인 잘못을 묵과하지도 않지만 ‘기각되면 혁명뿐’ 운운하는 선동 ‘정치꾼’도 새로운 국정농단 세력으로 치부할 것이다.

이 나라 ‘역사’에 또한 엄중하게 기록될 것이다.

 

송수남 前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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