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보육원 꼬마들이 기다릴 모습을 떠올리며 열 일 제치고 달려갔습니다. 역시나 너무 반가워하는 아이들, 도의원들의 연주 실력과 관계없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고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는 꼬마들이 너무나 사랑스러웠습니다.
호기심이 역력한 아이들 표정이 밝은 것을 보고 제 고정관념을 반성했습니다. 저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사람이 부모 없는 아이들이 불행하고 우울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또한 사회적 편견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들은 그들의 생활공간에서 나름대로 서로 배려하고 격려하면서 밝은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었으니까요. 제가 음악동호회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얻은 가장 소중한 깨달음은 내 안에 편견이 너무 많음을 안 것입니다.
경기도의회에 음악동호회를 처음 만들 때만 해도 어렵고 힘든 분들에게 우리가 음악으로 위로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저를 포함해 3명이 색소폰을 배워서 첫 공연을 했을 때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장애인 단체에서 하는 행사였습니다. 저는 너무 떨렸고, 연주 실수로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더 큰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습니다.
그들은 도의원이라는 높은(?) 분이 사회적으로 힘없고 가난한 자신들을 찾아와 연주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했습니다. 그리고 실수하고 당황하니까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진 모양입니다. 박수가 모자란다 싶으면 함성도 질렀습니다. 저는 그 박수와 함성에서 더 큰 용기를 얻었고,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뭔가 주러 갔다는 생각이 얼마나 건방진 생각인가 싶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어 가지고 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음악동호회 활동을 했습니다. 봉사는 중독이 된다는 말이 이래서 나오는 모양입니다. 열정적으로 동호회를 이끌다 보니 함께하는 도의원들이 하나둘 늘어서 9대 들어 16명이 되었고, 현재는 40여 명이 함께하는 경기도의회 최대 규모의 동아리로 성장했습니다. 성악을 전공한 분(권미나 의원, 박용수 의원), 밴드 활동 경험이 있는 분(임두순 의원, 박동현 의원)이 합류했고, 악기도 색소폰뿐만 아니라 키보드, 드럼, 트럼펫, 기타 등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그래서 더 큰 용기를 냈습니다. 경기도의회와 경기팝스앙상블, 경기도청 합창단, 경기도청 기타동호회가 함께하는 ‘온 정을 다하는 사랑의 콘서트’를 기획한 것입니다. 이 행사에 사회복지시설을 비롯해 평소 문화예술을 접할 수 없는 분들을 초청했습니다. 공연장의 열기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남경필 도지사를 비롯해 참석 인사들도 멋진 노래를 한곡씩 불렀습니다.
여느 음악회처럼 공연 에티켓을 따지지 않고, 그냥 신나면 몸을 흔들고, 기분 좋으면 박수를 치는 자유분방한 분위기였습니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를 들으며 ‘문화예술’이 힘없고 낮은 곳에 있는 분들에게 말로 다할 수 없는 행복을 준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올해도 음악동호회가 준비한 세 번째 감동의 무대가 준비됐습니다. 12월 29일, 경기문화의전당에서 ‘온 정을 다하는 사랑의 콘서트’가 열립니다. 음악이 의정활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 음악동호회 봉사활동.
특히 우리 사회에서 어렵고 힘든 이웃들에게 다가가는 의정활동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어떻게 소통이 이루어지는지 공연장에 오면 볼 수 있습니다. 나누고 베푸는 것이 곧 다시 내게 돌아오는 진기한 경험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신 ‘낮은 자를 섬기라’는 뜻을. 1천300만 경기도민의 경기행복시대를 앞으로도 음악동호회 활동처럼 펼쳐가겠습니다. 새해에도 봉사를 통해 편견을 넘어서는 사랑이 넘치기를 기대하며.
정기열 경기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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