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in_999+1, 경기천년의 동력을 묻다] 이해인 수녀

“모진 풍파 겪고 피어나는 동백꽃처럼 나라의 위기,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제목 없음-1.jpg
동백꽃. 이해인 수녀(72)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다.

 

동백꽃은 겨울 추위를 뚫고 꽃망울을 터뜨려 ‘봄의 전령사’로 불린다. 거센 칼바람과 눈발 속에서도 붉은 자태를 뽐내며 고고하게 피어나 ‘희망’을 상징하기도 한다.

 

2016년 12월29일 부산 성베네딕도수녀원에서 만난 그는 정원에 핀 동백꽃을 바라보며 “꼭 지금 우리나라와 닮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모진 풍파를 겪고 있지만 한 송이 동백꽃처럼, 또 다시 희망이라는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그의 바람이 간절하게 묻어났다. 2017년 새해가 밝았고, 절망만 하기에는 떠오른 해가 너무 붉다.

 

동백꽃 같은 이해인 수녀의 희망메시지를 들어보자.  

 

- 요즘 건강은 어떠신지. 
오늘도 편지를 받았다. 미국에서 ‘지난해 이맘때 돌아가셨다는 헛소문 듣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며 돌아가신 게 아니라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건강에 대한 소문 덕분에 귀한 사람이 된 것 같다. 올해 72세다. 70대에는 건강한 사람도 힘이 빠지는데, 8년동안 암 투병을 했기 때문에 더 신경쓰고 있다.

- 나라가 시끄럽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너무 답답하다.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해야 하는데 잘 안 되는 것 같다. 북한 핵실험을 걱정했더니, 우리도 못지않게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절망만 할 순 없다. 이것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상처를 치유하고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머지않아 ‘그때 그 고통이 필요했었다’는 말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 올해 대선이 있다. 어느 때보다 신중한 선택이 필요할 것 같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기준이 어질고 착한 것만 가지고는 안 된다. 리더십이 있으려면 지혜와 덕목이 필요하다. 선택을 할 때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사적인 감정을 빼놓고 보편적인 기준에 따라 리더를 뽑아야 한다. 

- 최근 그간 안했던 강연도 하고, 산문집부터 시가 담긴 달력 등을 펴냈다.
지난해부터는 의미 있는 곳, 그늘진 이웃이나 아프고 소외되고 정신적인 격려가 필요한 곳에서 강연을 했다. 책도 마찬가지다. 가장 최근 펴낸 <모든 순간이 다 꽃으로 필 거예요>는 그간 시에 들어간 글귀들을 모아 만들었다. 인생과 삶에 대한 감사와 희망 등이 담겨 있다. 

-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남은 생은 작은 위로와 작은 기도의 영성을 펼치며 살고 싶다. 모든 분들에게 위로 천사와 기쁨 천사가 되고 싶다.

 

글_송시연기자 사진_오승현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