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고법 시대… 전문·신뢰성 높여 질높은 서비스 제공”
개업을 하자마자 ‘IMF 사태’가 찾아왔을 때는 어려운 환경에 놓인 ‘청소년’들의 문제 해결을 위해 온몸으로 부딪혔다. 마라톤에 도전해서도 14년 동안 10회의 풀코스를 완주했다. 말 그대로 도전의 삶을 살아온 이 회장에게 이제 새로운 과제가 찾아왔다.
바로 2년 뒤 열리는 ‘수원고법’ 시대다. 지역 법조 환경을 달라지게 할 수원고법 시대에 맞는 지역 변호사들의 변화가 필요한 때, 경기변호사회 회장이라는 중책을 맞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서 두려워하는 내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소통’과 ‘화합’을 기치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이 즐겁다는 이 회장은 지역 주민들을 위한 ‘따뜻한 변호사’를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회장은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동반자가 있으면 어려운 일도 극복하고 시너지 효과도 있다는 뜻”이라며 “도민들로부터 신뢰와 존경받는 경기변호사회를 만들어 가는 길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Q 2년 뒤 ‘수원고법’ 시대가 열린다. 그간의 소회는.
A 지난 4년 동안 고등법원 유치는 가장 큰 화두였다. 수원고법 유치는 더 나은 법조 서비스를 제공받길 원하던 경기도민들의 열망이 만들어낸 결과다. 이제 수원고법 유치가 확정된 만큼 기쁨을 누리는 것은 여기까지다. 이제는 지역 변호사들이 어떻게 주민들에게 보답하고 봉사하는지가 중요하다.
특히 지역 주민들이 믿고 고민거리를 맡길 수 있도록 질 높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8년 전 경기변호사회 총무이사를 맡고 있을 때 지역 기업들이 지역 변호사를 활용하기보다는 서울로 많이 가는 모습을 봤다. 더 이상 지역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사건을 맡기지 않는다. 고법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깨닫고 대비해야 할 일이다.
Q 지역 변호사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복안이 있나.
A 일부 회원들은 이미 개별적으로 모여 판례나 전문 분야 공부를 함께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당장 눈앞의 업무에 쫓기다 보니 참여가 부진한 경우도 많다. 나 또한 지난 1999년 ‘행정법학연구회’를 만들어 활동을 하다가 중단한 아픔을 갖고 있다. 그래서 협회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학회 모임들을 만들 생각이다.
역량을 기르고 싶은 회원들이나 젊은 변호사들에게 공부의 기회와 정보 공유의 장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협회에서는 분야별 전문가나 특강을 안내해주고, 회원들에게 홍보하는 역할 등을 펼칠 계획이다. 금방 잘 되긴 어렵겠지만, 5~10년 뒤 미래를 본다면 새로운 비전과 희망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Q 경기지역 주민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는 경기변호사회를 강조했다. 그만큼 지역에서의 다양한 활동도 기대된다.
A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국민들의 신뢰다. 경기변호사회는 경기도민들의 신뢰를 먹고 자란다. 그러나 여전히 법조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도 여전하다. 법조 비리 등이 크게 이슈화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변호사는 ‘변호사다워야’ 한다는 국민들의 주문과 다름없다. 사실 경기변호사회는 지금껏 법률구조, 소송구조, 민사소액 소송변호사단 구성, 무료 법률상담, 찾아가는 법률상담소 등 다양한 지역 활동을 펼쳐왔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아직 부족하다고 본다. 꼭 법률이 아니더라도 행동하는 봉사를 전개할 생각이다. 소년원 아이들과 ‘삼겹살 파티’도 하고, 부모와 자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운동 등도 펼치고 싶다. 이 세상에 사랑받지 못할 청소년은 없다고 본다.
Q 청소년들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것으로 유명하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A 지난 2000년 어머니를 살해한 아들의 사건 변호를 했던 것이 시발점이었다. 형보다 못하다는 비교에 벌어졌던 다툼이 사건으로 이어졌다. 따뜻한 대화만 있었어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소년범에 대한 국선변호사를 10년 정도 하면서 청소년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렇게 활동하면서 내린 결론은 역시 부모와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만이 청소년 범죄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지역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역사회가 좋아야 아이들도 보호받고, 대우받고,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다. 청소년에 대한 관심은 개인적으로 변호사를 하는 이상 평생을 가져갈 화두다.
Q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변호사 배출 수가 늘면서 변호사계도 ‘무한경쟁’ 시대에 접어들었다. 사시 출신과 로스쿨 출신 간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A 사시-로스쿨 문제는 지방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나라에서 정한 적법한 자격을 갖춘 변호사라는 것에는 차이가 없다. 요즘 변호사들 중에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 회장에 취임할 때도 소모전과 분열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변호사에 대한 주민 불신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수원고법이 설치되면 대형 로펌들이 이곳으로 내려올 것이다. 오히려 더욱 지역 변호사들이 똘똘 뭉쳐야 한다. 사시와 로스쿨간 기수가 비슷한 변호사들을 묶어 계속 만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인적으로 변호사 생활을 늦게 시작해 누구보다도 변호사들의 애환을 잘 안다. 소외되는 회원들이 없도록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농구, 마라톤, 야구 등 다양한 동호회 활동을 장려해 소통과 화합을 이끌어내겠다.
Q 변호사는 어떤 사람이라고 보는가.
A 변호사는 ‘연기자’다. 사건은 대본이다. 최선의 변론을 위해서 변호사는 명연기자가 돼야 한다. 건축 사건이면 건축사가 돼야 하고, 회계 사건이면 회계사가 돼야 한다. 이를 통해 변호사는 의뢰인을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지역 주민들의 고민거리를 함께 안고, 주민들의 삶을 내 삶이라 생각해야 한다. 사건이라는 대본이 이해가 안 된다면 연기자처럼 계속해서 대본을 연구해야 한다. 언제라도 명 변호를 할 수 있도록,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지역주민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관심과 애정을 돌려드리는 일이라고 본다.
Q 앞으로의 각오와 포부, 지역 주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A 수원고법 유치운동 당시 도민들께서 보여준 열망을 오롯이 기억하고 있다. 그 혜택을 돌려주고 싶다. 더욱 체계적으로 변호사 역량을 강화해 주민들의 고민거리를 누구보다 잘 해결하고, 지역 현안과 아픔을 함께하며, 희로애락을 같이 느끼는 경기변호사회를 만들겠다.
항상 낮은 자세로 지역사회 발전의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 ‘문제’는 부정적 단어가 아니다. 오히려 정답은 과거의 산물이다. 문제가 새로 생기면 답을 찾기 위한 고민이 요구된다. 미래 시대를 여는 ‘문제 있는 변호사’로서 지역사회와 함께 뛰어 나가겠다.
이명관 이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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