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in] 개성공단 폐쇄 1년

입주기업 - 정부 피해액 등 온도 차 여전
멈춘 ‘경영 시계’ 언제쯤 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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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공단 전면 중단 1년을 앞두고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가 2월9일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참석자들이 “개성공단 재개하라”라고 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2월 10일,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한 지 꼬박 1년을 맞았다. 

 

얼어붙은 남북관계만큼 입주기업들의 경영 시계도 멈춰 섰다. 2004년 출범한 개성공단이 멈춰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3년 4월, 북한이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를 전원 철수시키면서 165일 동안 중단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처럼 해법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은 여전히 재가동만을 기다리고 있다.  

 

■잊히는 개성공단 평화누리명품관 
지난 2015년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으로 문을 연 킨텍스 ‘평화누리명품관’은 개성공단의 흔적이 지워지고 있다. 공단 가동 중단으로 입주기업들의 제품 생산이 끊기면서 지난 1월 급기야 ‘우수 중소기업 전시 판매관’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제품만으론 매장 구색을 갖출 수 없어 타 중소기업 제품으로 공간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제품을 수급할 수 없는 입주기업들은 매장에서 하나 둘 철수하고 있다. 개점 초 입점 기업은 의류, 잡화 생산 기업 등 모두 21개 업체에 달했지만, 지금은 16곳에 그친다. 

 

이마저도 남한 내 대체 생산시설을 갖춘 7개 기업만이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나머지 9개 기업의 상품은 전량 재고품으로 한 두 달 내에 재고가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빈자리는 개성공단 기업 제품이 아닌 타 중소기업의 제품이 대신할 예정이다. 

 

개성공단 평화누리명품관 운영·관리자인 이형로 경기개성공단사업협동조합 상무는 “문을 연 2015년도에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매우 좋아 다들 꿈이 컸는데 갑작스럽게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시간만 흐르고 있어 암담하다”며 “앞으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성장과 판로 개척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돼 안타까운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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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공단 평화누리 명품관’에서 이름을 바꿔 운영 중인 고양시 킨텍스 내 ‘우수 중소기업 전시 판매관’에 재고가 얼마 남지 않은 개성공단 생산품과 기업 생존을 위해 수입한 상품들이 함께 판매되고 있다. 매장 유리에 작은 글씨로 적힌 ‘평화누리 명품관’만이 개성공단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임을 알리고 있다. 오승현기자
■ 개성공단 잠정 중단 1년…고사 직전 입주기업
개성공단 가동이 멈춰선 지 1년이 지났지만, 도내 38개 기업을 포함해 124개 입주기업 중 폐업 신고를 한 곳은 한 곳도 없다.

 

대부분 인력을 구조조정하거나 새로운 공장을 짓고 투자를 진행 중이다. 어려움 가운데서도 조업을 유지하는 이유는 개성공단이 재개될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하지만, 공단이 좀처럼 재개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입주기업과 협력업체들은 그야말로 ‘고사 직전’이라고 하소연 한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피해액 산정을 놓고도 정부 측과 기업 측의 온도 차가 크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측은 기업들은 피해액을 1조 5천억 원 이상으로 산정한다. 토지나 건물 기계장치 등 투자자산이 6천억 원, 원부자재 등 유동자산 2천500억 원, 갑작스런 철수에 따른 위약금 1천400억 원, 개성 현지 미수금, 개성공단 중단 가동 1년간의 영업손실과 영업권 상실에 따른 피해 등을 더하면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하지만, 지난해 5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정부가 집계한 피해액은 7천779억 원이다. 이중 정부는 지난해 말까지 총 4천887억 원 규모의 지원을 마무리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2월 6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성공단 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정부는 경영정상화 지원을 말하지만, 그 지원은 피해액 대비 3분의 1 정도의 무이자 대출 성격의 지원”이라며 “실질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위법한 통치행위에 대한 합당한 정부 대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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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1년여를 앞둔 2월6일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관문인 파주 통일대교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승현기자

■ 올해 내 재개, 여전히 녹록지 않은 상황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내 정치적인 문제에다 국제적인 정세 역시 만만치 않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예고하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강경 대응을 공언하는 것을 고려할 때 올해 내에 개성공단 문제가 풀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관련해 국내에서 사회적인 합의를 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매스트의 김현주 대표는 “대통령의 통치행위로 개성공단이 문을 닫았지만, 누구 하나 공단 업체에 대해 신경 쓰는 사람이 없다”며 “그럼에도, 남북이 한민족인 만큼 개성공단이 다시 가동할 거라는 믿음은 변치 않고 있다. 하루빨리 재개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글_정자연ㆍ유선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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