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체가 1천73일 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23일, 안산 화랑유원지 내 세월호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는 모처럼 조문객들로 붐볐다. 그동안 뜸했던 조문객들의 발길이 ‘세월호 선체 인양’ 뉴스가 보도되면서 다시 이어진 것이다.
사고가 발생했던 지난 2014년 만큼은 아니었지만, 이날 정오께부터 합동분향소를 찾는 안산시민들의 발걸음은 꾸준했다. 조문객들은 분향소 내에 안치된 희생자들의 영정 사진과 조문품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는 모습이었다.
일부 시민들은 유가족이 가져다 놓은 듯한 손편지를 읽다가 흐르는 눈물을 감추기도 했다. 희생자들의 모습을 놓치기 싫은 듯 조문객들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발걸음이 느려졌다.
시민 박상진씨(32)는 “세월호 사고는 안산시민에게는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일이었는데 잊고 지냈다는 사실이 미안하다”면서 “마침 어제부터 시작된 세월호 인양 뉴스를 보고 집 근처에 있는 합동분향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철저한 규명 조사가 이뤄져 유가족들의 슬픔을 달랠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반면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의 단원고등학교는 아픈 기억을 잊으려는 듯 담담한 모습이었다. 이날 낮 12시20분께 찾은 단원고 운동장에서는 체육수업을 받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사고 발생 당시 중학생이었던 탓에 그 분위기를 몸소 느끼지 못했던 현재 단원고 재학생들은 비교적 담담한 표정이었다.
다만, 세월호 인양 소식을 뉴스로 접한 학생들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차분하게 수업을 받고 있었다. 이 같은 모습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내 전체적인 분위기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학교 외부에서 세월호의 흔적을 찾기는 힘들었다. 학교 정문 오른쪽에 걸린 ‘당신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현수막만이 이곳이 세월호 참사를 겪은 단원고임을 나타내고 있었다.
유병돈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