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에 늘 가까이… ‘광제박애’ 정신으로 생명존중 실천”
지난 2013년 성남 모란역 오피스텔 화재에서 노란 조끼를 입은 봉사단원들은 순식간에 집과 일터를 잃은 이재민들에게 따뜻한 식사와 이불을 제공했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사고 중 하나인 세월호 참사에서도 노란 조끼는 빛을 발했다.
화재, 수해 등 재해현장 구호활동을 비롯해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위한 따뜻한 ‘인도주의’ 활동을 꾸준히 펼쳤다. 이처럼 경기지역의 ‘빛과 소금’이 되고 있는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가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이한다. 해방 이후 한국전쟁을 비롯해 대한민국 격동의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부딪히며 활동해왔다. 그랬던 경기적십자사가 올해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사랑ㆍ나눔ㆍ봉사로 여는 미래’라는 슬로건 아래 신발끈을 더욱 꽉 조였다. 김훈동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73)을 만나 사랑과 나눔의 의미, 그리고 경기적십자사가 새롭게 걸어갈 길에 대해 들어봤다.
Q 적십자가 하는 일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A 지금으로부터 158년 전인 1859년 이탈리아 북부 솔페리노 전쟁터에서 스위스 청년 ‘장 앙리 뒤낭’이 아군과 적군의 부상자를 차별 없이 돌보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국제적십자운동이 태동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05년 고종황제 칙령으로 ‘광제박애(廣濟博愛ㆍ널리 사람을 구하고 고루 사랑하라)’의 정신으로 만들어졌다.
경기적십자사는 해방 이후인 1947년 5월21일 설립돼 올해로 70주년이 된다. 경기적십자사는 근현대사의 시련과 발전과정에 소외된 경기도민들과 함께했고, 재난구호를 비롯해 사회봉사, 안전ㆍ보건, 청소년적십자(RCY), 국제협력, 남북 이산가족찾기, 헌혈 등 생명보호와 고통경감을 위한 인도주의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Q 경기도는 전국 최대 규모의 지자체다. 그만큼 경기적십자사의 역할이 클텐데.
A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는 전국 15개 지사 중 규모, 사업 면에서 위상이 가장 크다. 활동하는 봉사원만 2만5천 명에 달하고 RCY 단원과 지도자 또한 3만7천 명에 이른다.
사회공헌협약을 체결한 기관도 31곳으로, 기부금 등을 포함한 재원 규모도 가장 크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규모가 큰 만큼 각종 재난, 재해 발생 시 많은 인명피해가 우려되고, 매년 취약계층도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 내에서 적십자가 해야 할 일이 많다.
Q 경기적십자만의 특색 있는 사업을 소개한다면.
A 규모가 큰 만큼 경기적십자는 많은 부문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매년 실시하는 도민 참여프로그램인 ‘1m 1원 자선걷기’는 올해로 15회를 맞이한다.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모금인 ‘씀씀이가 바른 기업’은 1년 만에 100여 개가 넘는 기업이 가입했다.
매달 정기 후원을 받는 ‘희망나눔명패’는 국회의원 80%가 가입하는 등 지속적으로 가입이 확대되는 중이다. 이러한 경기적십자 고유의 사업들을 각 지역에서 벤치마킹하고 있다.
Q 올해로 경기적십자사가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가장 중요한 시기 회장직에 연임됐다.
A 지난해 11월 회장직에 연임됐다. 이 3년이 남은 인생 마지막 봉사의 길이라 여긴다. 특히 올해 경기도지사 설립 70년을 기점으로 ‘경기적십자 70년, 사랑ㆍ나눔ㆍ봉사로 여는 미래’라는 표어 아래 원점에서 다시 경기적십자를 리모델링하고자 한다.
시대 환경 변화에 발맞춰 적십자도 변해야 한다. 적십자에 대한 도민들의 사회적, 경제적 의식이 많이 달라졌다. ‘적십자는 신선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린다. 적십자의 변화된, 젊고 신선한 느낌을 도민들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희망과 박진감, 열정을 갖춘 조직으로 만들어 나가겠다.
Q 그렇다면, 올해 경기적십자의 구체적인 변화 방향은 무엇인가.
A 지난 2월 부로 인사를 쇄신했다. 경기적십자 70년 역사 안에 유례가 없던일이다. 도 간부 전원을 시ㆍ군으로, 시ㆍ군 간부를 도내로 전면 교체했다.
기존에 해오던 것을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고자 한 까닭이다. 70년 역사를 자랑하지만, 경기적십자가 아직 지역과 밀착되지 않았다고 본다. 이번 인사쇄신은 지역사회 안으로 적십자가 더욱 뛰어들겠다는 우리의 다짐이다. 이를 통해 봉사원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자 한다. 현재 31개 시ㆍ군 530개의 봉사회가 있는데, 아직 없는 지역을 대상으로 봉사회를 더욱 확충할 것이다.
Q 나눔과 봉사의 의미를 어릴 때부터 깨닫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A 그렇다. 올해 경기적십자사의 목표 중 하나가 청소년적십자(RCY) 단원의 적극적인 육성이다. 자라나는 미래 세대인 초ㆍ중ㆍ고ㆍ대학의 RCY 단원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부제일주의라는 교육관에서 벗어나 인성교육이 대두되고 있다. 청소년기에 자신보다 어려운 친구를 생각하고, 또 어려운 이웃에 봉사하며 받는 느낌은 가장 값진 산 교육이다.
어려운 이웃과 더불어 봉사하며 느낀 체험과 교훈은 학교 활동에서 얻는 것보다 가치가 더욱 크다. 이를 위해 RCY 동문 출신 교사들을 결집해 창단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적십자가 관심을 갖고 지원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Q 개인적으로는 올해 수원화성문화제 시민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게 됐다.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A 수원지역 최대의 축제인 화성문화제를 올해 시민들의 손으로 직접 추진한다. 어깨가 무겁지만, 책임감을 갖고 성공적인 축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사상 최초로 시민들이 중심이 돼 축제를 진행한다. 열 명이 백 보를 걷는 것보다 백 명이 함께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 더욱 의미가 있다고 본다. 화성과 정조대왕이라는 정체성을 살려가며 행사 전반에 시민 참여의 폭을 대폭 키우고자 한다.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운 축제가 되도록 시민들과 함께 잘 이끌어가도록 노력하겠다.
Q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한마디는.
A 사랑과 나눔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다. 이념과 종교, 정치 등을 모두 초월하는 것이다.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소외된 이웃들이 많다. 우리 봉사회원들에게도 항상 봉사는 감투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적십자가 앞장서겠다.
특히 더 많은 취약계층에게 삶의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서는 도민들의 변함없는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 적십자 봉사자를 포함한 모든 적십자 가족이 혼연일체가 돼 앞으로 더욱 도민들과 공감하고, 참여하고, 감동을 주는 경기적십자사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린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린다.
대담=이용성 사회부장 / 정리=이관주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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