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1일 세월호가 참사 1천89일 만에 인양됐다. 진도 맹골수도 아래에서 모습을 감췄던 세월호는 목포 신항 철재 부두에 거치됐다.
그러나 3년의 기다림 끝에 돌아온 세월호는 한 눈에 봐도 심하게 녹슬어 있었다. 한때 흰색과 파란색이 어우러져 매끈했던 선체는 부식돼 온통 얼룩덜룩 붉게 변해 있었다. 또 선체의 ‘SEWOL’(세월)이라는 이름은 아주 흐릿해져 한 눈에 알아보기도 어려웠다.
애끓는 마음으로 세월호가 인양되기를 기다렸던 미수습자 가족들은 사랑하는 아이와 가족이 3년간 잠들어 있던 세월호의 처참한 모습에 가슴을 치며 울음을 터뜨렸다.
단원고 미수습자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는 세월호가 육지에 ‘첫발’을 내디딘 날, 떨리는 목소리로 “저기 내 딸이 오고 있어요, 엄마한테 다가오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를 본 단원고 학생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도 “우리 아이가 저렇게 지저분한 데 있었구나. 불쌍해서, 추워서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억장이 무너졌다”며 가슴을 쳤다.
안산 화랑유원지 세월호 합동분향소 유가족 대기실에 모인 유가족들도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희망감을 표시했다. 단원고 희생자 9반 혜선 엄마 성시경씨는 “온전한 모습은 아니더라도 아이들, 모든 형체를 다 찾았으면 좋겠어요”라며 “진상규명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겠다”고 말했다.
7반 영석 아빠 오병환씨는 “세월호 수색을 위한 사전조사 작업자가 촬영한 선체 내부를 보니 다 무너져 내렸다”며 “선체 부식이 빨라지고 있는데 선체 약품처리와 미수습자 수습을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3월27일 진도군 세월호 사고 해역 인근에서 반잠수선에 실려 마지막 항해를 위해 해수 배출 등 준비작업 중인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추모객들도 한 목소리로 미수습자들이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바랐다. 추모객 김지선씨(37·여)는 “세월호는 국민 모두에게 국가와 가족에 대한 하나의 깨달음을 안겨준 사건인 것 같다”며 “아직 돌아오지 못한 모두를 찾고, 진실을 꼭 밝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인양작업을 마친 해수부는 미수습자 수색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 마련에 들어갔다. 또 외부세척과 방역, 산소농도와 유해가스 측정, 안전도 검사를 하면서 수습계획을 마련하게 된다.
인양완료와 동시에 신속하게 미수습자 9명을 찾기 위한 수습 및 수색 체제로 전환 수습본부는 세월호의 외관을 먼저 촬영한 뒤 외부에 붙어있는 지장물 제거에 나선다.
또 해수부와 선체정리업체인 코리아쌀베지는 세월호 선체 수색을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한 방법인지 세월호 선체조사위와 협의한다.
아직 우리 곁에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남현철, 박영인, 조은화, 허다윤 학생과 단원고 고창석, 양승진 교사, 일반 승객 권재근 씨와 여섯 살짜리 아들 혁규, 이영숙씨의 가족은 날마다 마음을 졸이며, 3년의 세월을 기다렸다.
가족들은 “해가 뜨기 전에도 몇 번이나 소스라치게 놀라 잠에서 깬다”면서 “컨테이너 문을 열면 배에서 물소리가 나고 뻘 냄새, 쇠 냄새가 나는 이런 상황을 얼마나 더 견뎌야 할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어 “해수부와 선체조사위는 서로 미루지 말고 미수습자 수습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수색 계획을 마련해달라”고 덧붙였다. 이제는 정부가 가족 품으로 이들을 돌려보내줘야 할 때다.
침몰했던 세월호 선체가 인양된 3월23일 안산시 4·16 세월호 기억교실을 찾은 시민들이 단원고 희생자 추모 및 미수습자들의 수습을 기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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