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일체험] 강현숙 기자, 조리 교직원이 되다

판교제2어린이집 급식도우미 체험 
우리아이 건강한 급식 정성만이 유일한 원칙

강현숙 기자가 보육교사와 함께 식사지도를 하고 있다.
강현숙 기자가 보육교사와 함께 식사지도를 하고 있다.
초등학교 예비 학부모인 기자는 어린이집에서의 급식은 식습관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첫 단체급식으로서, 균형된 메뉴, 올바른 식사 습관과 더불어 건강한 먹을거리를 통한 감사의 한 끼가 되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여긴다.

 

그래서 22일 성남시 국공립 판교제2어린이집 1일 조리 교직원으로 나섰다. 단체급식소에서 체험을 위해서 분당보건소를 방문해 건강진단도 마쳤다.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에 위치한 판교제2어린이집(원장 이문옥)은 성남에서 먹거리 좋기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이 어린이집은 학부모들에게 언제든지 밥 먹으러 오라고 권한다. 또 지역 정치인이 예고 없이 찾아와 급식을 먹어보고 극찬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것이다. 

 

이문옥 원장은 “판교제2어린이집은 영양사, 조리사를 통한 철저한 위생관리와 과학적인 영양관리를 실천하고 있어요. 계절에 맞는 자연식과 양질의 식자재를 이용해 직접 조리해 제공하고 있으며 철저한 위생관리지침을 만들어 실천하고 있고 무엇보다 조리실 식구들의 손맛과 정성 그리고 팀워크가 최고”라고 평가했다. 

 

과연 판교제2어린이집의 원생 138명과 교직원 25명의 식사를 책임지는 손창미 영양사, 라정희·김숙희 조리사의 비밀병기는 무엇일까?

 

이날 점심 메뉴는 마파두부밥, 유부장국, 브로콜리숙회, 김치. 여기서 끝이 아니라 오전 간식으로 떠먹는 요쿠르트와 오후 간식 고구마와 우유까지. 오전 10시, 간단하게 오전 간식을 마치고 나서 점심 식사를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기자가 조리용 복장을 입고 완성된 음식을 그릇에 담고 있다.
기자가 조리용 복장을 입고 완성된 음식을 그릇에 담고 있다.

기자는 눈치껏 왔다갔다하며 일손을 돕다 조리실 한쪽에 붙어 있는 영유아별 알레르기 식품표를 발견했다. 김숙희 조리사는 “견과류, 갑각류, 우유, 파인애플, 우유 등을 먹으면 두드러기가 나거나 먹으면 안 되는 경우를 각 반별 원생 리스트를 만들어 참고하고 있어요. 못 먹는 음식 대신 꼭 대체식품을 준비하죠.” 

 

아이들 배꼽시계가 울리기 전인 12시 직전까지 허리 한 번 제대로 펼 틈 없이 바쁜 식사 준비가 이어졌다. 점심시간에 맞춰 각 반으로 식사가 배달되고 행복한 식사가 시작됐다. 

 

여기저기서 ‘브로콜리 더 주세요’, ‘김치 맛있어요’, ‘잘 먹었습니다’ 등 아이들의 맛 평가와 귀여운 감사인사가 쏟아졌다. 급식을 맛있게 먹는 아이들을 보면서 부모님이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 하신 말씀이 새삼 떠올랐다. 

 

100명이 넘는 인원의 식사가 끝나자 설거지가 산더미같이 쌓였다. 조리실 식구들은 식은 죽 먹기처럼 설거지와 뒷정리를 하고 바로 오후 간식 준비를 시작했다. 기자가 설거지를 위해 고무장갑을 끼자 “어, 그 장갑은 설거지용이 아닌데….”라며 손 영양사가 다른 장갑을 건넸다. 

 

요즘 현실은 집밥을 허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맞벌이 가정이 대세여서 가정에서 밥을 먹는 횟수가 계속 줄어들고 외식문화로 인해 인스턴트 음식에 입맛이 길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어린이집 급식을 통한 밥상머리 교육이 중요하다.

 

한 끼의 식사를 통해 예절교육부터, 영양·경제·환경·공동체 교육까지 책임지고 있는 영양사와 조리사는 단순 아이들의 영양을 공급해주는 이들이 아니었다. 이들은 사랑과 정성으로 만든 음식으로 아이들의 몸과 정신 그리고 영혼을 살찌우는 귀한 사람들이다. 

 

6시간 동안 체험을 하면서 찾아보려고 했던 특별한 비밀병기는 없었다. ‘우리 아이한테 먹인다는 생각으로 음식을 만든다’는 단 하나의 원칙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기자가 완성된 급식을 반별로 배분 후 각 반으로 옮기고 있다.
기자가 완성된 급식을 반별로 배분 후 각 반으로 옮기고 있다.
기자가 수저 사용이 서툰 아이들을 위해 점심식사를 도와주고 있다.
기자가 수저 사용이 서툰 아이들을 위해 점심식사를 도와주고 있다.

글_강현숙기자 사진_김시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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