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나라를 나라답게, 검찰을 검찰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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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세상에 이런 노래가 다 있을까 싶었다. 노랫말이라고는 단 두 문장밖에 없는데 온 국민의 결기와 희망을 담아내는 데 충분했다.

 

지난 겨울, 경쾌한 리듬으로 광장에 울려 퍼지던 노래 ‘헌법 제1조’는 ‘이게 나라냐’라는 자조의 한숨을 삭이고 부르는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진혼곡이었다. 이 땅의 주인으로서 결코 우리나라를 세월호 마냥 침몰하도록 두지 않겠다는 선언이자 지키지 못한 아이들과의 약속이었다.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으며 검찰은 회복하기 힘든 정도의 상처를 입었다. 최종 헌법수호기관인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줬던 검찰의 권력 눈치 보기와 무능함은 그 자체로써 충격이었다. 무리지어 권력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거나, 제 식구의 위법한 행동에는 눈을 감았다. 더 이상 법과 원칙을 지키는 정의의 파수꾼이 아니었다.

 

7개월 동안 광장을 밝혔던 1천700만의 촛불은 새로운 정권을 창출했고, 새로운 나라를 꿈꾸고 있다. 30년 전, 87년 6월 민주화 항쟁보다 훨씬 더 큰 에너지가 응축되어 있음을 느낀다. 새로운 나라는 ‘새로운 검찰’로 다가올 것이다.

 

지난 10년간 검찰은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비아냥에 자신 있게 반박하지 못했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 ‘권력의 시녀’로서 ‘정의’보다는 기득권 유지를 위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검찰은 수사권, 기소권, 영장청구권을 독점하고 있다. 검찰에게 이러한 막강한 권력을 부여한 것은 정의와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기능 해주기를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반복되는 ‘권력 눈치 보기’와 ‘제 식구 감싸기’로 국민의 신뢰는 바닥을 친지 오래다.

이제 국민이 나서야 한다. 더 이상 검찰이 강자에 약하고, 약자 위에 군림하도록 두어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과 자신이 속한 조직에 한없이 너그럽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이제는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검찰 제도개혁의 핵심은 ‘문민통제’와 ‘권력분산’, 그리고 ‘인적청산’이다. 외청인 검찰이 중앙행정기관인 법무부의 지휘와 감독을 받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법무부의 주요 보직들이 검사로 채워져 검찰과 법무부가 사실상 한 식구와 다름없다 보니 ‘돈 봉투 만찬’과 같은 일이 벌어져도 죄의식을 못 느낀다. 이제 통제기능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공수처를 설치해 검찰의 막강한 권한을 나누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소독점주의를 깨뜨릴 수 있고, 검찰이 정치적 수사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상호 구성원에 대한 기소권을 부여해 견제와 균형도 이룰 수 있다.

 

검찰개혁이 성과를 거두려면 외부의 충격과 국민적 지지도 필요하지만, 검찰 내부에 동력이 있어야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때문에 내부 자정을 이끌어 낼 ‘마중물 개혁 인사’가 필수적이다. 권력에 줄 대는 정치검사에 대한 인적청산이 검찰개혁의 또 다른 한 축이다.

 

주위에서 검사 출신인데 검찰에 너무 날을 세우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듣곤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선 검사들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등 검찰개혁을 바라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검사 출신이기 때문에 더욱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검찰을 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검사들이 공익의 대표자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제대로 일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나라를 나라답게, 검찰을 검찰답게’ 하는 길이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수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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