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속… 자유로의 사라진 통일 염원

70여개 비둘기 조형물 모두 없어져
조명시설마저 망가져, 잡초만 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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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92년 자유로 준공을 기념해 파주출판도시휴게소(자유로휴게소)에 세워진 ‘자유로 기념비’가 비석 하단의 비둘기 조형물 70여개가 모두 훼손되고 잡초만 우거진채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다.(사진 오른쪽) 사진 왼쪽은 1994년에 촬영된 온전한 모습의 자유로 기념비. 오승현기자
지난 1992년 남ㆍ북한을 잇겠다는 통일 염원을 담아 자유로(路)가 개설된 가운데,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설치된 비석(자유로 기념비) 기단의 70여 개 청동 비둘기 조형물이 모두 없어지고 조명시설마저 망가진 채 잡초에 둘러싸여 방치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자유로가 겨레의 염원인 북녘까지 나아가기를 소망하면서 만들어진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 만큼 훼손된 자유로 기념비에 대한 원형 복원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6일 파주시와 현장사진연구소(소장 이용남 사진작가) 등에 따르면 지난 1990년 10월27일 당시 건설부 산하 공기업이었던 한국토지개발공사는 육군건설단의 참여로 자유로 개설공사를 착공, 2년여에 걸친 공사 끝에 완공한 뒤 자유로 개설을 기념하고자 같은 해 9월 8일 파주시 교하읍 산남리 현 자유로 휴게소(파주출판단지)에 자유로 기념비를 건립했다.

 

한강을 따라 고양 행주산성~파주 자유의 다리에 이르는 46.6㎞ 구간 중 첫 구간인 29㎞가 완공된 날을 기념해 만든 자유로 기념비는 높이 2.5m, 너비 1.5m 규모의 바위에 당시 노태우 대통령 친필인 ‘자유로’라는 글자를 탁본, 제작해 세웠다. 

자유로 기념비는 당시 기단 전면과 후면 등에 평화를 상징하는 청동물로 만든 회색 비둘기 모형의 조형물 70여 개가 설치됐다. 자유로 기념비 동서남북에는 조명시설 4대도 설치돼 야간에 환하게 비쳤다.

 

그러나 25년이 지난 현재 통일을 염원하고 평화를 상징하며 건립된 자유로 기념비는 역사적 의미가 퇴색된 채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실제 이날 오전 찾은 자유로 기념비는 주변의 온갖 잡풀에 가려 가까이 접근조차 쉽지 않았다.

개통 당시 기념비 아래 기단에 설치됐던 70여 개 청동 비둘기 조형물은 “언제 그런 게 있었나” 싶을 정도로 조형물 지탱 흔적만 남은 채 모두 사라졌다. 자유로 기념비를 비추었던 조명시설조차 망가진 채 녹이 슬어 있었다.

 

이용남 현장사진연구소 대표작가는 “통일이라는 역사적 의미로 조성된 자유로 기념비이니만큼 지금이라도 처음 세웠을 당시 원형 모습으로 복원, 통일 의지를 높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자유로 파주구간은 지난해부터 국토부가 관리하는 국도에서 파주시로 이관됐다”며 “인수 당시 자유로 기념비에 청동 비둘기 조형물이나 조명시설 등은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

 

파주=김요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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