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국 방방곡곡 원조 맛집이라고 서로들 ‘할머니’, ‘원조’를 넣은 음식점 간판들을 쉽게 볼 수 있어 진짜 맛집이 맞는지 의심을 할 수 있으나, 이 집은 정말 ‘원조 맛집’이 맞다. 만석고가교 아래 자리 잡고 있는 이 노포는 앞마당에 빨간색 고무대야들이 놓여 있고, 살아 있는 주꾸미들로 가득 차 있어 가게에 들어가기 전부터 주꾸미 전문점임을 실감나게 한다.
이곳은 수도권 일대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주꾸미 전문점들 중 하나다. 사장인 우순임 어르신은 황해도 연백이 고향으로, 50여 년 전 인천 동구 만석동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였다고 한다. 정식으로 요리를 배운 적은 없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낙지 대용으로 쓰이는 주꾸미를 안주로 만들어서 인기를 끌게 되었다. 이후로 사업이 번창하며 이곳 일대에 주꾸미 전문점이 형성되기 시작, 지금의 ‘만석동 주꾸미거리’가 되었다.
노포는 현재 80세가 훌쩍 넘은 어르신과 함께 딸 두 명과 아들 두 명, 그리고 손주 두 명 등 3대가 함께 도와 꾸려가고 있다. 이렇게 3대에 걸쳐 아직도 사랑받고 있는 데엔 다 이유가 있는 법. ‘노포만의 맛을 내는 비법이 무엇인고?’하고 살펴보니 우선 재료에서부터 남다르다. 인근 만석부두에서 갓 잡은 주꾸미를 사용하거나 소래포구나 전북 군산의 어시장에서 주꾸미를 공수하여 싱싱한 그 맛 그대로 손님상에 올린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국내산 고춧가루를 사용해서 조리하는데 그 색깔이 굉장히 붉어서 매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식욕만 돋을 뿐 적당히 매운맛이 나는 것이 일품인 이 집만의 비법. 우순임 원조 할머니 주꾸미가 지금까지 인기가 있는 이유는 여느 주꾸미 볶음과 달리 유행 타는 맛이 아닌, 가장 ‘한국’스럽고, 소위 요즘 유행어로 표현하자면 ‘아재’스러운 양념으로 본연의 주꾸미의 맛을 올려주기 때문이 아닐까? 정말 기가 막힌다. 적당히 익힌 주꾸미는 쫄깃하고 달콤하면서 뒷맛이 알싸한 매콤함으로 마무리되어 입안에 긴 여운을 남긴다. 새빨간 양념과 함께 생주꾸미와 양파가 잘 버무려져 있고, 그 위에 소복이 얹은 미나리까지 듬뿍…. 주꾸미의 넉넉한 양에서 푸근한 인심까지 느껴진다.
노포가 있는 이곳 만석동은 인천의 대표적인 서민의 생활공간이다. 김중미의 소설인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이 되었던 이곳 인근에는 만석부두와 하수부두가 있어, 가난했던 서민들에겐 값싸고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주꾸미가 사랑받을 수밖에 없었던 듯하다. 50여 년이 넘는 동안 만석동에서 구수한 손맛 하나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이곳 노포를 통해 어르신들과 우리네들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의 음식으로, 그리고 손자, 손녀들에게는 맛깔나는 오랜 맛집으로 앞으로도 쭉 이어지길 바란다.
황준기 인천관광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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