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 ‘엄마품’ 방문한 노금주 민들레회 회장 “자식 해외입양 보낸 엄마, 그리움의 상처 치유하길”

고달픈 시절… 아이 놓고 가출 아들 행방 찾았지만 해외입양돼 방송 통해 30년 만에 감격 상봉
자신과 같은 친모 모임 만들어 처지 들어주고 아픔 함께 나눠

“친정집 마당에 생후 11개월 된 아들을 떼어 놓고 집을 나갔습니다. 곧 만날 것으로 알았지만 30년이 지난 뒤에나 실현됐습니다.”

 

지난 27일 오후 주한 미 2사단의 캠프 타운(기지촌)이었던 파주시 조리읍 ‘캠프 하우즈’ 내 ‘엄마품’(Arms of Mother) 조성현장에서 만난 해외 입양인 온가정 모임인 민들레회 노금주 회장(59ㆍ여)은 “아이를 버렸다(?)는 자책감 속에 평생 죄인처럼 살고 있다”며 울먹였다. 

‘엄마품’은 파주시가 해외 입양인들을 위해 조성하고 있는 동산이다. 노 회장은 이날 자신처럼 자식을 해외로 입양시킨 입양인 친모 2명과 함께 충북 청주에서 ‘엄마품’ 조성 현장을 찾았다. 이곳이 ‘해외 입양인들의 만남의 장소’라는 사실을 재미교포인 김호수 뉴욕시립대 교수로부터 전해듣고부터다.

 

그녀는 “남편이 지독한 도박 중독자였다”고 했다. 매일 노름에 빠져 돈이 없으면 노 회장을 끌고 가 매혈을 시키며 도박 뒷돈을 대게 하고 생계마저 유지하게 했다. 그러던 중 덜컹 임신했다. 꽃다운 18세였다. 먹고살기도 어려우니 젖인들 제대로 나올 리 없었다. 

노 회장은 “비난받을 일이나 어쩔 수 없었다. 11개월 된 아이를 포대기에 싸 친정집 앞마당에 몰래 놓고 가출해 버렸다. 몇 번이고 삶을 포기하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친정에 맡긴 아이는 서울 친척집으로 보내졌고 이어 병원으로 후송됐다가 입양기관을 통해 미국 북부인 사우스 타코마 주한 백인가정에 입양됐다.

제목 없음-1 사본.jpg
그녀는 집을 나온 뒤 아들의 행방이 궁금해 백방으로 찾아봤지만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친척 어른의 “부잣집에 보냈다”는 말을 듣고 찾겠다는 마음을 포기했다. 그러던 중 13년 전인 2004년 11월 한 입양기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자신도 모르게 입양을 보낸 아들(41ㆍ한국명 현성욱)이 친모를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청주 친정집이 입양 당시 주소 그대로여서 연락이 닿았다. 당시 모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아들을 30년 만에 처음 만났다. 노 회장은 “살아만 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결혼해 아이가 2명 있었다”며 눈물만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2005년 3월 다시 만난 이들 모자의 사연은 같은 입양인 출신인 대미추 감독에 의해 ‘회복의 길’이라는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져 현재 전 세계 해외 입양인 모임 때 단골로 상영되고 있다. 노 회장은 2006년부터 자신과 같은 처지 어머니들의 모임인 민들레회를 만들었다. 민들레의 꽃말은 ‘그리움’이다. 아이를 해외로 입양시킨 어머니들의 삶은 평생 죄인이다. 모임은 이들의 처지를 들어주고 아픔을 함께 치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노 회장은 “민들레 회원들이 ‘엄마품’이 완공되면 입양된 아이들과 만나 고국의 정을 느끼는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며 “조성하는 데 작은 힘이나마 돕겠다”고 말했다.

파주=김요섭기자

사진=오승현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