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아무도 해주지 않던 ‘교통지옥 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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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시민들은 정부와 지자체, 정치인을 평가하는 데 있어 ‘치도(治道)’를 중요한 지표로 삼곤 한다. 그래서 살기 좋은 도시일수록 ‘치도’가 잘 돼 있다. 한 때 경기도 광주가 그랬다. 교통이 사통팔달 참 편했다. 그런데 이 길 좋다던 광주에 ‘지옥’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도로가 하나 있다. 분당과 광주를 잇는 국지도 57호선이다.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찬사를 받을 동안 태재고개 하나를 두고 오포는 ‘교통지옥’이 돼 버렸다.

 

‘치도’로 평가하자면 낙제점이다. 그래서 왜 이런 오명을 쓰게 됐는지 아무도 해주지 않던 이야기를 꺼내볼까 한다.

지난해 총선에서 필자는 오포지역 교통문제를 해소하고자 성남~장호원 도로 직동IC로 이어지는 우회도로 개설을 제안했었다. 우회도로를 통해 지옥으로 쏟아져 나오는 차량을 분산시켜 볼 요량이었다. 등원 후에 국토교통부 장·차관, 도로국장, 경기도지사 모두 만나봤다. 그런데 이들 모두 현행 규정상 광주시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시에 예산은 어떻게든 마련할 터이니 이 사업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시에서는 5년마다 추진되는 국지도 5개년 계획에 ‘국지도 57호선 오포~분당 확장 건설사업’을 신청했으니 기다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도로가 확장된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었다. 때마침 시장이 기획재정부와 국토부도 직접 방문해 장관과 관계자에게 ‘강력히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고 해서 잘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그리고 시가 오포 능평리와 신현리 지역을 대상으로 ‘교통체증 해소 타당성 용역’을 착수했다는 얘기도 들었던 터라, 이제는 정말 오포 시민들이 ‘교통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조급한 마음에 직접 국토부에 문의했다. 국토부에서는 ‘사업 타당성이 낮아 반영되지 않았다’는 회신을 보내왔다. 알고 보니 광주시가 신청했다던 그 사업은 5개년 계획에 애당초 건의조차 되지 않았던 사업이었다. 시는 지난 2013년 9월에 국지도 98호선(도척 진우리~유정리)을 우선 건의했고 2015년 4월에야 비로소 국토부에 국지도 57호선 사업을 건의했다. 중간에 끼워 넣다 보니 국토연구원이 실시하는 사전연구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래서 또다시 광주시를 졸랐다. “이제 우회도로를 우선 만들어야 한다, 예산은 어떻게든 마련해 볼 테니 예산을 담을 수 있는 사업카드 하나만 만들어다오” 그런데 시가 하는 말이 ‘교통체증 해소 타당성 용역’ 결과를 또 기다리란다. 하는 수 없이 또 기다렸다.

 

지난해 연말이 돼서야 타당성 용역이 종료됐다. 결과를 요약하면 장기안은 기존 국지도 57호선은 그대로 두고 2천700억 원을 들여 새로운 국지도 57호선을 개설하자는 것이었고 단기안은 부도로 좌회전금지 및 회전교차로 등 교통체계를 일부 개선해보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단 얼마의 예산이라도 보탤 요량으로 단기계획이 수립되길 또 기다렸다. 그런데 올해가 절반이 지나도록 얘기가 없었다. 너무나 황당하게도 지난 4월 시가 광주경찰서 및 도로교통공단과 합동으로 현장을 점검한 결과, 교통체계 개선사업이 실효성이 없어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됐다고 한다.

 

이럴 것이면 도대체 왜 1년이라는 아까운 시간을 연구 용역에 허비했는지, 그동안 시는 무엇을 했는지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누구 하나 이런 내용을 속 시원하게 말해주지도 않는다.

이제 광주시에 다시 한 번 제안해 본다. 오포 시민들이 교통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게 우회도로를 우선 하나 만들자. 지금 이 지옥 같은 정체 길에서 단 몇 천대라도 벗어나게 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라도 족한 것 아니겠나.

 

임종성 국회의원(광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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