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수도권매립지에 퍼진 ‘울림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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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션’을 본 사람들이 하나같이 꼽는 명장면이 있다. 남미 오지 원주민 중에 가장 전투적인 과라니족과 이곳에 선교를 위해 뛰어든 가브리엘 신부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장면이다. 피부나 체형, 언어 등 모든 것이 서로 다른 사람끼리 일촉즉발의 순간을 마주했다. 이때 가브리엘 신부가 배낭에서 오보에를 꺼낸다. 그 유명한 ‘넬라 판타지아’의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지자 얼어붙은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그라든다.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여는 ‘울림’의 순간이었다.

 

어느 조직에나 갈등은 존재한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경우 혐오시설이라는 부정적 인식 때문에 갈등이 더욱 심했다. 폐기물을 처리하면서 발생하는 악취에다 침출수 등의 우려로 주변 영향지역 주민들은 매립지 설립을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수도권매립지 설립 이후에도 상황은 순탄치 못했다. 필자가 부임하던 2년 전만 해도 내부고발과 징계인사, 노조와의 갈등, 경찰 압수수색, 매립지 사용기한 종료 문제에 따른 4자 합의 등 다양한 내우외환이 겹쳤다. 그 결과 기관 운영에 따른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마찰로 직원들의 불안감은 커져갔으며 점차 공사의 미래 동력마저 고갈돼가는 상황이 됐다.

때로는 행동이 말보다 더 큰 힘을 지닌다. ‘울림의 힘, 소통의 힘’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눈에 보이는 문제들을 하나씩 바꿔나가기 시작한다면 말로써 변명하고 대응하는 것보다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내부갈등 해소를 위해 내부적으로는 소통(Communication), 배려(concern) 화합(cohesive)이라는 3C를 가슴에 새기고 차근차근 실행했다. 필자가 먼저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직원이 사장실로 찾아오는 종전의 업무관행과 달리 사장이 직접 직원을 찾아가서 업무보고를 받았다. 직원 연찬회와 동호회 활동 등을 통해 권위를 버리고 격의 없이 만나 소통의 스킨십으로 문제를 함께 해결했다. 또 매주 금요일이면 직원들에게 띄우는 아침편지를 통해 많은 것들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다.

 

그토록 철벽일 것 같았던 난제들도 노사가 공동으로 협력하자 점차 눈에 띄게 나아졌다. ‘일상생활 속 비용절감 운동’으로 경비를 10% 이상 절감하며 최악의 재정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단순 소각하던 바이오가스를 슬러지 건조시설의 연료로 활용해 연간 66억 원의 LNG비용을 절감했다.

 

외부적으로는 수도권매립지에 대한 인식 전환에 총력을 기울였다. 무악취, 무사고, 무방류 등 3無형 친환경매립장이 되도록 매립시스템을 개선하고 주민참여형 환경·안전감시체계를 도입했다. 침출수 무방류시스템도 본격 추진하면서 2020년까지 침출수 배출 제로를 목표로 정진하다보니 2년 연속 악취 민원 0건이라는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어떤 갈등이든 사람과 사람이 마음을 맞대면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다. 가브리엘 신부의 넬라 판타지아가 아직까지 세계인들에게 사랑을 받은 까닭은 진심을 담은 울림의 힘을 모두가 믿기 때문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도 앞으로 마음에 와 닿는 울림을 지속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의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을 다짐해본다.

 

이재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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