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독립유공자의 얼을 살려내는 나라다운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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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보훈(報勳)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국민적으로도 환영받고 있다. 지난 현충일에는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살피며 애국의 대가가 말뿐인 명예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서 광복절 축사에서는 “형편이 어려운 독립유공자의 자녀와 손ㆍ자녀에 대한 지원” 의사까지 내비쳤다.

 

해마다 광복절이 되면 역대 대통령들은 한결같이 약속이나 한 듯 독립유공자의 노고를 치하한다.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국가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의 업적을 기린다. 그리고는 끝이다. 몇 분간 말로만 기리는 행사는 그것으로 끝이 난다.

 

조국 독립을 위해 옥고를 치른 애국지사를 아버지로 둔 필자는 광복절 즈음이면 자긍심보다는 답답함을 먼저 느낀다. 애국지사 가족들의 빈곤한 삶을 조명한 지치고 자조 섞인 인터뷰 방송이 떠오른다.

 

“나 사는 모습 보면 누가 애국하겠나”

독립운동가 유족의 한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정부보조금 월 50만원. 하루하루가 힘든 독립운동가 유족 상하이 임시정부의 초대 국무령이었던 석주 이상룡 선생의 증손 이항증 씨의 인터뷰를 보면서 느꼈던 그 먹먹했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광복절이 되면 자긍심을 느끼기보다는 왠지 모를 부끄러움과 죄의식이 들곤 했다.

 

그런데 이번 광복절은 달랐다. 덧없는 말로 치하를 시작해서 알맹이 없는 공허한 말 잔치로 끝맺음 하는 그런 행사가 아니었다. 문 대통령은 보훈으로 대한민국 정체성을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독립유공자 처우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국가의 보훈 의지를 보임으로써 보훈 당사자들은 물론, 국민에게 보훈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웠다.

 

그동안 문제가 됐던 독립운동가 후손 가운데 선순위 1인에게만 지급되는 현행 보상금 제도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겠다고 하니 더 이상 빈곤한 모습의 초라한 유족을 보며 죄의식을 느끼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반가웠다.

 

보훈 정책 개선은 늦은 감이 많다. 그러나 이제라도 국가에 대한 헌신과 보훈에 대한 인식을 바로 세우게 되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어찌 보면 국가를 위한 희생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고 보훈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감격스럽기만 하다.

 

그동안 정부의 보훈정책은 6·25전쟁 참전 용사에 치중되다 보니 독립유공자에 대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이제는 바로 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삶을 대접하고 존중하는’ 보훈의 참뜻이 곳곳에 잘 전해져야 한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서류미비 등으로 독립유공자로 등록되지 않는 독립유공자나 후손을 찾아내 지원하는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독립운동가는 더 이상 잊혀진 영웅이 아니라 살아있는 영웅이요 전설이어야 한다. 국가가 존재하는 한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기리고 예우해야 한다.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싸운 분들을 진정한 영웅으로 대접하는 나라다운 나라의 국민이 된 것 같아 가슴이 벅차오른다.

 

김정순 신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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