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비난받을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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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는 월드컵 관련한 기사로 차고 넘쳤다. 칭찬보다는 비난이 많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한국은 지난 멕시코 월드컵 이후 9회 연속 진출이라는 높은 성과를 만들어내 축하를 해주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이번에는 달랐다. 대표팀 본선진출의 주인공은 ‘이란’이라며 실력보다는 ‘운’이 월드컵 본선진출에 기여했다는 분석과 더불어 팬들이 등을 돌리기도 했고 히딩크 감독의 복귀설이 언론을 장식하기도 했다.

 

신태용 감독에게 쏟아지는 뉴스를 보며 그가 감독으로서 비난으로부터 용기 있게 행동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난이 들이닥치면 우리는 주변 때문에 자기 자신을 볼 기회가 없다.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만 비난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비난을 극복하기 위해서 첫째, 정신 심장을 강화해야 한다. 성공도 실패도 경기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얼마나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게 컨트롤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육체적인 심장이 아니라 멘탈의 심장을 강화해야 한다. 박지성 선수는 “스포츠맨은 칭찬을 받을 때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과 더불어 쏟아지는 비난에 상처받지 않는 심장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였다.

둘째, 목표보다는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민국 축구가 방황하는 이유는 목표를 잃어버렸기 때문이 아니라 기준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본다. 분명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선수 선발과 로테이션 그리고 훈련과 경기 방식, 협회의 지원 방법들에 대한 기준이다. 실점하지 않고 상대를 이길 수는 없다. 신태용호의 기준이 월드컵 진출이었다면 이제는 본선에서의 성적과 결과에 대한 기준을 잡아야 한다. 90분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 다양한 전술, 선수 선발, 그리고 조직력과 팀워크다.

 

셋째, 용기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넬슨 만델라는 “나는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임을 깨닫는다. 용감한 인간은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 두려움을 극복하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 있는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 확신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축구팀 만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체력 그리고 팀워크’를 잘 활용하면 본선에서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넷째, 비난을 긍정으로 바꾸는 힘이 있어야 한다. 성숙한 사람은 비난 속에서 배운다고 한다. 왜 하는가 보다 무엇 때문에 하는가, 대상이 아니라 행동을 들여다보고, 현재보다 미래를 위해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겸손함이 필요하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겸허하게 지난 경기를 보고 평가하고 적용할 수 있는 분야, 변경시켜야 할 부분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비난의 본질적인 속성을 이해하고 보완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내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월드컵까지는 이제 9개월의 시간이 남았다. 본선은 예선과 달리 몇 번의 대전 기회가 없고 축구 강호들과 어깨를 겨루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의 방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산재해 있는 많은 숙제를 풀기에 9개월의 시간은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다. 남은 기간 어떻게 지금의 문제점을 보완할지 결정해야 한다. 자그마한 것들 하나하나가 모여 큰 경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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