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동안 수원전산여고 배구팀의 사령탑을 맡아 ‘배구 명문’으로 이끌고 있는 박기주(51) 총감독은 고교배구에 ‘미이더스의 손’으로 통한다.
1994년 고려증권에서 선수생활을 마친 후 담배인삼공사(현 KGC인삼공사)와 흥국생명 코치를 거쳐 2002년 수원전산여고 감독으로 부임한 그는 한국 여자배구의 ‘아이콘’ 김연경(상하이)과 한유미(현대건설), 한송이(KGC인삼공사), 황연주(현대건설), 김수지(IBK기업은행), 배유나(한국도로공사), 표승주(GS칼텍스) 등 수많은 국가대표 선수를 키워냈다.
2009년 성인 여자대표팀 코치를 시작으로 2010년과 2011년 청소년대표팀 감독, 2012년 유스대표팀 감독, 2016년 청소년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박 감독은 그동안 수많은 국제무대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자신감을 불어넣으며 우수선수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수원전산여고에서 제자들과 수집한 우승 트로피만 20여 개. 우승을 너무 많이 해 정확한 횟수를 파악할 수 없다는 박 감독은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에 대해 “선수들과 함께 열정적으로 배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과 종일 붙어다니며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관리한다. 컨디션, 심리상태 등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고, 넘치는 부분은 덜어내 어린 선수들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나의 엄격함 때문에 우리 팀에 오는 것을 꺼리는 선수들도 있다. 때론 자성도 하면서 시대 흐름에 맞게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훈련 강도가 높은 지도자로 정평이 나 있지만, 선수들에게 기량보다 인성을 더 중요시한다. 훈련 중 실수를 범할 때보다 젓가락질부터 인사법, 숙소생활, 생활자세 등이 흐트러지면 더 큰 불호령이 떨어지기 일쑤다.
그는 “선수들이 배구로 성공 못 하더라도 어디에서든 누구보다 잘 적응하고 융화될 수 있도록 인성과 인내를 늘 강조한다”라며 “팀 성적도 중요하지만 교사로서 선수 개개인의 미래를 먼저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이 같은 박 감독의 배려 덕에 수원전산여고는 지난 11일 열린 프로배구 드래프트에서 165㎝의 단신인 한수진이 전체 1순위로 GS칼텍스에 지명된 것을 비롯해 드래프트에 참가한 졸업예정자 4명이 모두 프로팀의 지명을 받았다.
박 감독은 “제자들이 원하는 학교와 팀에 입단해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보람을 느낀다”라며 “하지만 팀에 신경 쓰느라 내 자식들은 어떻게 컸는지도 잘 모른다. 가족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 아버지의 관심과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했음에도 반듯하게 자라준 두 딸과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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