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한반도의 운전대를 잡겠다고 호기롭게 나왔지만 그의 ‘운전대론’은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북한은 대화를 하자며 손을 내민 문 대통령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탄도미사일 연쇄 발사시험과 6차 핵실험으로 도발의 강도를 높여 왔다. 북한은 한국에 전개되는 B-1B 전폭기 등 미국의 군사 전략자산에 대해서도 직접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엄포도 놓았다. 그런 북한을 겨냥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완전한 파괴’ 등의 ‘말 폭탄’을 터뜨렸을 뿐 아니라,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군사적 카드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미국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은 북한의 적대 행위에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계획을 이미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현 정세와 관련해 청와대와 정부ㆍ여당에선 “긴장이 고조될수록 극적인 반전이 이뤄져 대화의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 그들의 희망 섞인 예상이 적중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선 북한이 달라져야 하고, 그것도 위장이 아닌 진정한 변화여야 한다. 그러나 북한에 그런 기미는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는 만큼 여권 인사들의 낙관론을 믿을 수는 없는 일이다. 오히려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로 미국이 군사적 카드를 꺼내고, 그것이 전면전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상상하기도 싫은 이런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정부는 과연 충분한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이런 물음에 청와대와 정부는 “그렇다”고 답할지 모르나 외교안보팀 내부의 잦은 엇박자와 혼선과 무능, 그리고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표출된 이상(異常) 기류를 지켜본 국민 중엔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야당에선 외교안보팀 전면 쇄신을 주장하는데, 전쟁 억지와 대비 능력을 키우고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다면 인물 교체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한미 동맹을 흔드는 언행으로 수차례 물의를 빚었던 대통령 특보, 안보의 어떤 경험도 없는 청와대 안보실장, 외교 무대에서 존재감이 없는 외교부 장관 등은 바꾸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한미 동맹과 외교안보 역량을 강화하는 인사조치는 북한의 오판을 막고, 전쟁 억지와 전쟁 수행 능력을 높이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외교안보팀에 듬직한 변화를 준다면 국민의 믿음과 야당의 협력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5부 요인과의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우리 내부만 제대로 결속되고 단합된다면 (안보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진정으로 이런 희망을 갖고 있다면 선제적 조치를 통해 결속의 계기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 외교안보팀에 대한 국민과 야당의 우려를 해소하는 어떠한 일도 하지 않은 채 무작정 단합을 바라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다.
이상일
가톨릭대학교 초빙교수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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