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일일체험] 조성필 기자 생활폐기물 수거원이 되다

매일 아침 골목은 분리안된 쓰레기장…쾌적한 환경 유지 위해 땀흘리는 노고에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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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시의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체 ‘백양티 앤에스’에서 생활폐기물 수거원 일일체험에 나선 본보 조성필 기자가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일일 현장체험 차례가 돌아왔다. 일일체험은 경기일보 기자들이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는 코너다.

 

앞서 동료 기자들이 웬만한 직업은 다 체험해봤기 때문에 새로운 직업,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아이템’을 찾는 게 쉽지 않다. 경제부로 옮긴 뒤 첫 일일체험이다. 이전에 한 모임에 참석했는데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캐스팅 당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쓰레기 수거원이다. 

배려 속에 시작된 체험일기

“내일 오전 7시30분 정도에 경기일보 사옥 앞에서 봐요. 마침 우리가 경기일보 주변 쓰레기도 수거하니까 그게 좋겠어요.”

체험 하루 전, 반년 만에 하는 연락인데도 백양티앤에스㈜ 정길섭 이사는 기자를 반갑게 맞아줬다. 게다가 만날 장소까지 회사 앞이라니 단수(單手)가 맞는듯했다.

이튿날 시곗바늘이 7시30분을 조금 넘긴 시간 회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정 이사와 인사를 나누는 것도 잠시 바로 이동하잔다. 쓰레기 수거원들이 근처에서 기자를 기다리고 있단다.

나중에 전해 들은 이야기지만, 기자가 벅차했던 약속시간 7시30분 또한 정 이사의 배려였다. 백양티앤에스 쓰레기 수거원들의 하루는 가족이 잠자리에 든 새벽 1시께 시작된다고 한다. 기자가 합류한 시간은 수거시간 말미였다. 정 이사는 경기일보 근처인 조원동 쓰레기 수거 전 기자를 합류시킨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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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거 차량이 아슬아슬하게 골목을 통과 하고 있다.
“분리수거 좀 해주세요”

쓰레기 수거·운반 대행업체 백양티앤에스는 수원 정자·연무·조원1·조원2동 쓰레기를 4개 팀으로 나눠 수거한다. 팀은 소각용·대형폐기물·음식물·분리수거 수거팀으로 분류된다.

기자는 이날 소각용 쓰레기 수거팀에 배정됐다. 쓰레기를 수거할 지역인 조원1동에 도착해 작업을 시작했다. 쓰레기가 주택가 골목 한구석에 뭉텅이 채 있는데, 분리수거가 전혀 안 된 상태였다. 플라스틱, 비닐, 소각용 쓰레기에 음식물 쓰레기 한 데 뒤엉켜 있었다. 기자가 머뭇거리자 숙련된 쓰레기 수거원 A씨가 나서 쓰레기를 수거하기 시작한다.

“단독주택 밀집지역은 분리수거가 거의 안 된다고 보면 돼요. 분리가 잘 된 재활용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를 제외하곤 모두 수거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A씨의 설명이었다. 

기자도 A씨를 따라나섰다. 5m 간격으로 도로변과 인도를 오가며 뛰면서 가로수 밑에 놓인 쓰레기들을 수거했다. 소각용 쓰레기 수거팀은 담당 구역의 모든 쓰레기를 수거한 뒤 수원 영통에 있는 쓰레기 소각장으로 향한다. 하루 동안 수거한 쓰레기를 이곳에 배출한 뒤 차량을 청소하고 사무실로 복귀한다. 쓰레기 수거원들은 그제야 늦은 아침 겸 점심식사를 한다고.

수거원들의 땀방울

우리나라 수거원들은 곱지 않은 시선 속에서 일을 한다. 실제 체험을 하는 동안 마주친 등굣길 학생들과 출근길 직장인들로부터 기자도 이 같은 시선을 느꼈다. 냄새가 나니 몸을 피하는 것까진 이해하겠다만 굳이 좋지 않은 눈빛을 보내며 지나갈 필요는 없지 않은가.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 타 회사 동료 기자와 쉬는 날 취재를 간 적이 있다. 취재지로 이동하는 동안 동료 기자가 “어릴 적 엄마가 ‘공부 안하면 나중에 커서 남들 쉴 때 일하고, 덥거나 추울 때 밖에서 일한다’고 했는데 지금 내 꼴이 그렇다”고 한탄한 기억이 난다. 

아직도 자식을 공부시키는 데 있어 자극을 주고자 이런 말씀을 하시는 학부모님들께 감히 한마디 하겠다. 예시로 쓰레기 수거원들은 빼줬으면 한다. 그렇게 비하되기엔 쾌적한 환경을 위해 이분들이 흘리는 땀방울이 너무나 값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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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업에 앞서 안전을 위해 작업화로 갈아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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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기자가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은채 버려진 쓰레기에 대해 질문을 하고 있다.

글_조성필기자 사진_조태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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