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민주항쟁으로 탄생한 현행 헌법은 대통령 직선이 핵심이었다.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 감시할 권력 분산까지 논의할 여력이 없었다. 그 결과 무소불위의 제왕적 대통령이 생기게 된 것이다.
대통령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은 물론 감사원장과 감사위원, 검찰총장과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까지 모든 인사권을 가지고 있으며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 등 총 332곳의 사장 등 대표에 대한 인사권을 직간접적으로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기관이 대통령과 대통령의 측근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것이다.
1987년 개헌 이후 우리는 6명의 전 대통령에게 대한민국호의 키를 맡겼지만 단 한 명도 부정과 부패, 권력 남용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가족과 친인척, 측근들이 법의 심판대에 섰으며 대통령이 죽음에 이르는 상황까지 목도했다. 이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1987년 체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헌법, 개헌을 해야 하는 이유다.
국회는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개헌을 논의하고 있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건설 중이던 원자력발전소가 중단되고 이를 다시 재개하는데 약 1천400억 원의 혈세가 낭비되는 제왕적 대통령 권력구조를 견제와 균형, 민주적 통제가 가능한 제도로 개헌을 하려는 것이다. 이것이 이번 개헌의 핵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을 주장하며 권력구조에 대한 합의가 어렵다면 그건 빼놓고 개헌을 하자고 했다. 2월 말까지 국회가 개헌안에 합의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직접 발의하겠다는 엄포까지 놓았다. 국회의원 3분의 2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국민투표에 부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대통령이 이렇게 이야기한 것은 개헌마저 정략적 도구로 삼겠다는 뜻이다.
또한 제왕적 대통령은 놔두고 개헌을 하자는 것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말처럼 ‘앙꼬 없는 찐빵’을 만들어서 국민에게 들이밀겠다는 것이다.
얼마 전 헌법개정자문위원회 보고서가 나왔다. 자문위의 이념적 편향성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 국가 체제에 혼란을 주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현행 헌법 제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정책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자문위는 ‘자유민주적’을 ‘민주적’으로 개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적이라는 말이 더 포괄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것은 전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 국가인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현실을 간과하는 것이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공산주의와 맞서 싸운 대한민국 국군과 전 세계 16개국 참전용사의 희생을 저버리는 것이다.
또한 현행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돼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해 사회 구성의 기초를 규정하고 있는데 자문위는 혼인과 가족생활의 주체를 남녀가 아닌 개인으로 개정할 것을 주장했다. 이는 동성간 결혼과 입양을 통한 가족 구성을 국가가 보장토록 하는 것이다.
동성애와 동성혼을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또는 문화적 다양성으로 포장해 허용토록 하려는 진보단체 등의 의견은 있지만 이는 인류가 존속하기 위한 근본 질서를 훼손하는 것으로 결코 허용돼서는 안될 것이다.
이 밖에도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 검사의 기소독점권, 병역거부권, 국민의 재산권 제한 등 국민 생활과 사회규범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내용들에 대한 숙의가 필요한 때이다.
새로운 헌법은 견제와 균형이 가능한 민주적 권력구조는 물론 국민의 기본권과 지방분권이 강화될 것이며 순국선열들과 참전용사들이 목숨으로 지킨 자유 대한민국의 가치를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안상수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인천 중·동·강화·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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