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맨의 아지트로 등장한 곳은 다름 아닌 영국 런던 새빌로(Savile Row)에 있는 맞춤양복점으로 대를 이어 옷을 짓는 유서 깊은 새빌로는 ‘새빌로 스타일’이란 패션 용어를 탄생시킨 역사적인 곳이다. 대한민국, 그것도 인천에서 영화속 킹스맨 아지트를 생각나게 하는 맞춤양복점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인천시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그랑 브로스(GRAND BROS)가 바로 그 곳이다.
남자의 로망 그랑브로스… 젊은 청년 대표의 꿈 실현
인천시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음식점과 주점이 즐비한 남동구 구월남로 한 켠에 맞춤양복점 그랑브로스가 있다.
그랑브로스는 우리말로 위대한 형제다. 인천에 고품격 테일러숍(tailor shop)을 만들어보자며 젊은 청년 두명이 잘나가던 대기업을 관두고 의기투합한 결과물이다. 이날 기자를 맞은 이는 송영범(37), 장희철(35) 그랑브로스 공동대표중 동생인 장 대표였다.
장 대표는 “20대 중반부터 맞춤정장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당시만 해도 인천에 맞춤정장을 하는 숍이 별로 없어서 서울 강남이나 종로로 맞추러 다녔다”며 “결국 우리 둘은 잘 다니던 대기업을 때려치고(웃음) 인천에 제대로 된 테일러숍을 만들기로 했고 서울의 숍들을 직접 찾아가면서 정장 한두벌씩 맞추는 등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친 뒤 2013년 인천에 그랑브로스의 문을 열었다”고 했다.
장 대표의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곧바로 실전에 투입된 기자는 먼저 재단을 할 수 있는 공간에서 맞춤정장을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직접 줄자와 초크(chalk, 옷감의 재단선을 표시하는 데에 쓰는 분필)를 들고 원단을 재단하고 가위로 자르는 것을 배웠다.
실제 테일러들은 숍이 아닌, 경기도 모처에 있는 공장에 있지만, 바지단 줄이기 등 간단한 재단은 이곳에서 이뤄진다는 장 대표의 설명에도 마치 테일러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 기자가 고객의 어깨 사이즈를 재고 있다.
자신만의 트랜드 만들기… 맞춤정장의 매력
간단한 재단을 배운 뒤 본격적으로 상담을 위한 기술과 손님에게 최적화된 맞춤정장을 제공하기 위한 치수 재기에 들어갔다. 흉내만 내야 하는 기자를 위해 그랑브로스 직원이 가상의 손님 역할을 해 줬지만, 줄자를 들고 사이즈를 재는 손이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초보의 모습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체크지를 들고 가상의 손님의 목과 어깨, 화장, 소매장, 팔통, 손목, 중동, 허리, 힙, 허벅지, 무릎, 종아리, 셔츠장, 총장, 하의장, 상의장, 신장 등 맞춤정장 1벌을 위해 사이즈를 재야 할 신체부위는 정말 많았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치수를 잰 이후에는 손님의 체형을 파악해야 했다. 어깨가 어떻게 쏠려 있는지, 팔길이는 어떤지, 배가 나왔는지, 양쪽 다리 길이의 차이는 없는지 등 손님의 체형을 제대로 파악해야 제대로된 맞춤정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맞춤정장이 다시 유행하는 이유는 고객 자신만의 트랜드를 만들기 위한 테일러의 노력이 담겼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누군가 똑같은 옷을 입는 게 아닌 나만의 옷이 바로 맞춤정장이고 이는 개성을 중요시하는 젊은층의 니즈와 맞물려 새로운 트랜드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고객 자신만의 트랜드를 만들어 줘야 하는 게 바로 우리의 업”이라며 “사람마다 다리길이, 힙, 가슴둘레 등 신체 사이즈가 다르고 심지어 피부톤도 다르다 피부가 붉은톤이 돌면 회색과 밤색 계열의 색상은 피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 사람만을 위한 옷을 만들고 그 것을 입은 사람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매력이 고객으로 하여금 기성정장이 아닌, 맞춤정장으로 이끄는 힘이 아니겠느냐”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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