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를 “지금까지 시도된 적이 없는 혁신적인 규제 설계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적용하는 개념의 정의를 확대하고, 분류 체계를 유연하게 하고, 자율심의·사후평가로 바꾸는 방식으로 신제품과 신기술이 신속하게 시장에 나올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대통령은 역대 정부가 수십 년째 규제개혁과 혁신을 외쳤다. 하지만 미흡한 성과를 보이기에 실천이 중요하고, 규제혁신 성과를 점검·평가하고, 보고하는 회의를 일정 기간마다 개최하여 규제혁신을 독려하는 계기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의 규제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와 이행, 성과의 점검 및 평가 등으로 이어지는 규제혁신 과정은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규제개혁이 경제성장과 밀접한 정(+)의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월드뱅크(World Bank)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규제가 심한 85개의 최빈국들 중 단지 24개 국가만이 연평균 2% 이상의 경제성장을 했는데,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규제개혁이 있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이 아르헨티나, 브라질, 인도네시아, 터키 등 보다 빠르게 성장한 이유도 다른 개발도상국에 비해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은데 기인하는 부분이 크다고 한다. 결국 규제개혁은 기업환경 개선과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켜,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촉진시킴에 따라 국가의 경제성장을 유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간 우리나라 역대 정부에서도 대통령의 의지는 강했고, 이행과 성과 점검 등에서도 나름 시스템적으로 관리하였다. 그러나, 규제개혁은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원인은 정부 부처 간 나눠먹기식 지원 및 칸막이식 행정, 직ㆍ간접적 이해당사자들(시민단체, 정치권 등)간 협의 및 조정의 실패, 관료 사회의 보신 등이 작용하였던 바 크다. 특히 부처 칸막이는 그동안 대통령까지 나서 수차례 엄포를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그 정도를 설명하자면 정부에서 일하는 민간 전문가들은 부처별로 국·과별로 촘촘히 짜인 예산 및 허가 권한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라고 한다.
부처 칸막이 등에서 비롯된 이러한 실패 사례는 기존 규제들에 대한 개혁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여겨지는데, 현 정부에서 발표한 규제혁신 방향과는 다소 다르다. 정부의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는 우선적으로, 신산업ㆍ신기술부터 적용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현존 산업 내에 있는 기존 규제가 아니다. 현 정부의 의도는 새로운 사업 및 산업, 신기술 등에 대해서는 규제 없이 자유롭게 허용하여 신산업을 키우고,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규제혁신 방향은 새롭고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우리는 ‘혁신’이라는 개념이 ‘기존의 시스템 혹은 제품ㆍ서비스 등을 개선하고 새롭게 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 정부는 기존 규제들에 대해서도 혁신적으로 개혁하여야만,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기존 시스템과 제품ㆍ서비스와의 ‘초연결성’ 및 ‘융복합화’ 등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정섭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