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통, 통,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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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혹한의 겨울도 있었던가 싶다. 그러나 아무리 혹한이라도 봄을 이기는 겨울은 없다고 한다. 자연의 이치가 그러니 이제 봄은 오겠지? 남북 관계와 국제(북미) 관계로 가면 이치대로 되지 않으니 답답해진다. 날씨가 풀렸다고 봄인가 하다가 급변한 날씨에 감기에 걸려 고생하거나 자칫 동사하는 경우도 생긴다.

 

지금 남북 관계가 딱 이런 모양새다. 김정은의 신년사 한 줄로 촉발된 동계올림픽 해빙 무드는 ‘신접살림’을 차릴 기세다. 우리가 언제 으르렁거렸느냐는 듯이 선수단 참가, 단일팀 구성, 공연단 응원단 태권도 시범단에 공동입장까지, 거기에 김영남(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고위급 대표단으로 다녀갔다. 바다로 하늘로 육로로 한국의 통로를 휘젓고 내려오더니 이번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폭격, 목함지뢰 사건 등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까지 폐막식에 고위급 대표단으로 내려왔다.

 

이제 곧 4월이 온다. 한파도 지나가고 꽃들도 피어나는 4월은 완연한 봄이다. 한숨 돌렸다 싶겠지만 긴장을 늦추기엔 이르다. 3월과 4월 꽃샘추위가 아직 남아있다. 근현대사에서 4월은 우리에겐 잔인한 달이다. T.S 엘리엇(황무지)이 읊은 것보다 더 하지 않을까 싶다. 다가오는 4월은 북핵을 둘러싸고 팽팽했던 긴장이 모처럼 남북 대화의 모티브를 잡은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까지 끝나고 맞는 달이다. 잠시 멈췄던 한미 연합훈련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충돌할 경우 우리 세대의 가장 참혹한 상황이 펼쳐질지 모른다. ‘4월 위기설’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훈련을 연기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한국이 군사훈련 연기를 제안하면 한미 동맹에 대해 심각한 균열이 생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여기에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코피작전은 없다. 무력이 사용되면 문명사상 가장 참혹한 사건이 될 것”이라는 게 미 의회의 기류란다. 미국은 대화는 한다지만 명분 쌓기 수단일 뿐 비핵화가 아니면 의미없다며 더 강력한 제재조치(해상)를 발표했다.

 

4월은 문재인 정부가 맞게 될 엄중한 시기가 될 것이다.

어느 칼럼에 통(通) 통(統) 통(痛)을 언급한 걸 봤다. 통(通)으로 통(統)을 이룬다는 이 정부의 모토가 북한과만 통(通)하다가 국민에게 통(痛)을 안기고 65년 동맹(미국)을 잃고 나라를 재앙에 빠뜨리는 통한(痛恨)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였다.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은 물론 북미 간에도 대화가 시작될 조짐은 보인다.

남북은 1971년부터 지금까지 정치(256회) 군사(49회) 경제(132회) 인도(153회) 사회문화(57회) 분야에서 647회나 회담을 했다. 그러고도 우리는 다시 또 시작하는 선에 서 있다. 동계올림픽 북한 참가와 아이스하키 단일팀 결정으로 들끓었던 민심은, 김영철 폐막식 대표단 초청 수락으로 극에 이르렀다. 국민을 위한 정부(한국) 맞느냐는 거다.

 

소통을 내건 이 정권은 출범 때 ‘쇼통’만 하고 일방적으로 내달리고 있다. 왜 남북 관계 추진 과정을 수시로 국민들과 국회에 설명하고 의견을 구해 소통하지 않을까? 전 정권 탄핵의 꼬투리가 그거 아니었나! 꿍꿍이짓이 수상쩍다.

 

송수남 前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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