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의 철수 배경에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몇 년간 지속적으로 발생한 ‘적자’라 한다. 한국GM은 최근 4년간 2조5천억 원가량의 적자를 냈다. 적자의 원인에는 매출원가 비율이 ‘2015년 97%’, 2016년 94%로 국내 여타 자동차 기업들의 매출원가 비율이 80%~85%인데 비해, 한국GM의 매출원가는 비정상적이라 할 수 있다.
한국GM은 이러한 비정상적인 매출원가에 대해 투명하고 상세한 경영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여러 의혹들을 낳고 있다. GM 본사가 적자를 내고 있는 한국GM에 운영자금을 빌려주고 고리의 이자를 챙긴 의혹, GM 본사가 부품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 한국GM에 공급한 의혹, 비싼 부품으로 자동차를 한국에서 제조한 후 미국으로 가져갈 때는 싸게 가져갔다는 의혹, 미국에서 생산판매하는 차량의 연구개발비(1조8천억 원)를 한국GM이 낸 의혹, 한국에서 생산하는 차량도 연구개발비를 내고 로열티까지 미국 본사에 냈다는 의혹, 유럽의 공장(유럽 자회사 17개 철수)을 폐쇄하면서 든 비용을 한국GM에도 전가했다는 의혹 등 GM 본사는 이러한 의혹들에 대해 투명하고 명쾌한 정보 공개를 하지 않고 있어, 불신을 키우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국GM의 비정상적 매출원가에서 근로자의 인건비 및 성과급 비중이 높아, 한국GM 사태를 강성 노조의 책임으로 몰고 가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강성 노조의 문제도 일부 있을 수 있겠지만, 위에서 거론한 GM 본사-한국GM 간 여러 의혹에 대해 GM은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를 공개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과거 혹은 현재 진행형으로 다국적 기업인 GM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한국GM 사례와 유사하게 공장 철수 및 폐쇄 조치를 취하고 있음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GM은 앞서 논의한 유럽 자회사 철수를 비롯해 호주와 인도, 아시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공장 철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라서 결론은 공장 철수일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철수 전략의 배경에는 GM의 적자 때문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과거 수십 년간 GM을 포함해 미국 자동차는 일본, 독일, 한국 자동차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었고, GM은 2007년에 390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파산 직전의 GM은 미국 정부, 즉 오바마 행정부 때 공적 자금 134억 달러를 받아 회생했으나, 공적 자금은 일시적 미봉책으로 GM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회복시켜 주지 못했다. 현재 GM은 우리 정부에도 고용을 무기로 공적 자금 투여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우리 정부는 한국GM에 대한 경영 실사 후 판단하겠다는 의견으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 가지 유념할 사항으로 GM은 호주 정부로부터 2조 원의 공적 자금을 받고도 철수했다. 현재 호주는 정부에서 이를 인수해 국민차로 거듭났다고 한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현재 독점 체제로 불안하다. IMF(외환위기) 당시 삼성자동차 등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현대자동차만이 존속하고 있다. 한국GM의 철수가 확정될 경우에 해외 기업들에게 고용 승계를 원칙으로, 한국GM을 인수하도록 매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발상의 사고로 한국GM이 철수하면 호주 사례처럼 국민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도 있다. 우리나라가 한국GM을 인수함에 정부와 민간이 지분을 공동 투자하고 경영은 민간이, 회계 정보 등 관리 감독은 정부가 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현재 한국GM 사태를 위기 속의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고 절실해 보인다.
이정섭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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