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만찬일정 사전 협의한 듯
정상회담 조율·북미대화 중재
개성공단 재가동 타진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이 5일 오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뒤 저녁 6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접견,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김 위원장이 평양도착 3시간 만에 특사단을 만난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조치다.
특사단과 김 위원장과의 이날 면담 일정은 방북 전부터 남북 간에 사전 협의가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일정은 통상 비밀에 부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 또한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특사단은 이날 공항에서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맹경일 통전부 부부장이 나와 맞이했다. 특사단은 숙소인 고방산 초대소로 이동한 뒤 김 위원장과 접견에 이어 만찬행사를 가졌다.
■한반도 비핵화 의지 특단 주목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특사로 한 대북특사단은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북·미 대화 중개와 한반도 비핵화 메시지를 전하는 등 다양하고 폭넓은 의제들을 논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대북특사단은 한반도 비핵화에 초점이 맞춰진 시급한 북·미 대화뿐 아니라 향후 3차 남북정상회담을 조율하는 ‘투트랙’의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특사로 파견해 문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했듯 이번에도 파격적인 환대나 비핵화 의지와 관련된 특단의 제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수석특사인 정 실장은 이날 김 위원장을 만나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의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전달하고, 북미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관측된다.
■북미대화 ‘중재’가 최대관건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인 북·미 대화의 물꼬를 틀지에 관심이 주목된다. 관건은 김 위원장이 미국이 대화 조건으로 내건 비핵화 의지와 관련된 워딩이 과연 어느 수준으로 나올 지다.
북한으로선 비핵화 의지를 직접 언급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적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의지 표명을 놓고 우리와 미국, 북한이 서로 다른 ‘의역’을 할 경우 현재의 대화 훈풍모드 분위기가 자칫 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일 문 대통령과 정상통화에서 대북특사단 파견을 협의한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중견 언론인 모임인 그리다이언클럽 연설에서 “그들(북한)이 며칠 전 전화해 대화하고 싶다고 했다”며 “우리도 그렇다. 그러나 비핵화해야 한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대한 팩트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대북 특사단의 중재 성과와 김 위원장의 의중,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만 북·미 대화가 성사될 수 있다.
■남북 관계 개선과 이산가족 상봉
이번 특사단의 방북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형성된 남북 대화 무드를 이어가는 추가 조치에 관심을 끌고 있다.
올림픽 개·폐회식에 북한 대표단이 방남해 문 대통령을 만나 한반도 평화정착에 필요한 노력을 계속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특사단 역시 이번 방북에서 남북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을 이어갈 전망이다.
남북 화해 무드에 힘입어 금강산 관광 재개나 개성공단 재가동 등을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산가족 상봉 역시 남북 대화 분위기 속에 특사단이 적극적으로 성사를 타진할 가능성이 있다.
강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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