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북·미 연쇄 정상회담… ‘비핵화 6자회담’ 탄력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마련된 남북 화해 무드가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견인하면서 실질적인 ‘비핵화’ 협의체인 6자회담의 당사국이 한자리에 앉을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 남북 정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사전 여건을 조성하는 ‘징검다리’ 회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방북·방미결과를 손에 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12일 각각 중국과 일본으로 향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1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일(12일) 정 실장은 중국으로, 서 원장은 일본으로 1박2일 일정을 떠난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지 않고 바로 러시아로 간다. 14일부터 15일까지 1박2일로 러시아 일정이 예정돼 있다.

 

■‘비핵화 6자회담’ 탄력

북한 비핵화 6자회담은 지난 2008년 이후 10년 간 유명무실한 상태다. 2003년 한국,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참여한 가운데 출범한 이 회의체는 2005년 9·19 공동성명을 도출했다. 북한이 당시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하겠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그러나 9·19 공동성명이 당사국 간 논쟁의 여지가 적지 않은 가운데, 같은 달 미국 재무부는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있던 2천500만달러 상당의 북한 계좌를 ‘돈세탁’ 혐의로 동결했다. 북한은 같은 해 10월 보란 듯 1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후 6자회담은 난항 속에서도 2007년 2월에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1단계 조치를 담은 ‘2·13 합의’를 만들었으나 결국 2008년 12월 회의가 마지막이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여섯 번째 핵실험에 성공하고,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까지 성공한 후 ‘핵 완성’을 선포했다.

 

■‘5월 북미정상회담’

실마리를 찾기 어려워 보였던 북핵 문제는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남북관계에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남북은 오는 4월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나아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특별사절단으로 방문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전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5월 북미정상회담’으로 화답했다.

 

정부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최고위급 간 대화 모멘텀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현존하는 다자 협의체 중 가장 효과적이라고 평가받는 6자회담 포맷을 되살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사단은 북한과 미국을 방문한 데 이어 곧바로 중국, 러시아, 일본을 방문해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과 남북·북미정상회담 성사 배경을 공유할 예정이다.

 

■중ㆍ일ㆍ러 숨가쁜 셔틀외교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대표되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참여하면서도 6자회담 등을 통한 대화의 필요성을 꾸준하게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남·북·미 정상이 연쇄 정상회담을 계기로 비핵화 문제에 관해 큰 틀에서 대화 지속 가능성을 찾게 된다면 6자회담이 신속하게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의 경우 여전히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강조하고 있으나, 나머지 당사국이 전향적 자세를 보일 경우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이 크지 않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이달 중순께 미국을 방문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만날 예정인 가운데 북핵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한미 양측의 입장이 조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강해인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