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사례가 2011년에 공식적으로 발의된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이었다. 이것은 제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독일의 국가전략이었다. 그 방법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제조업에 접목하여 만든 스마트 공장 등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이 같은 독일의 제조업 부흥전략은 전 세계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고 다른 산업에도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다. 또한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사람들에게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던 산업정책이 다시 부활하는 계기가 됐다.
선진국에서 제조업과 같은 전통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 회복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고용과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제조업만이 아니라 건설산업의 생산성 향상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과 싱가포르는 범정부 차원에서 건설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전략을 수립해서 실행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이나 매킨지를 비롯한 글로벌 컨설팅 기관들도 건설산업의 재창조를 요구하고 있다. 건설산업의 생산성 향상이건 재창조이건 모두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활용하자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경기도는 독일의 ‘인더스트리 4.0’과 같은 제조업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기에 좋은 여건을 갖고 있다. 다른 어떤 지역보다 제조업과 ICT가 골고루 발전되어 있기 때문이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제조업 사업체 수의 29.4%, 고용자 수의 30.5%가 경기도에 있다. 판교테크노벨리, 광교테크노벨리 같은 첨단 산업단지도 조성되어 있다. 또한 1천800여 개에 달하는 ICT 중소기업 본사의 26.2%가 경기도에 있고, 통신기기방송기기부품 및 정보통신 응용기반기기의 상당 부분을 경기도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 같은 여건을 살려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제조업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다만, 경기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첩된 과도한 규제로 인해 기업투자가 자유롭지 못하다. 제조업 시대의 규제가 디지털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 또한 독일의 ‘인더스트리 4.0’과 같은 산업정책의 뒷받침도 부족한 것 같다. 제조업만이 아니라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건설산업도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하여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기술과 상품에만 국한해서 논의할 일은 아니다. 그보다는 산업구조와 정책적인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조업이나 건설산업과 같은 전통산업을 첨단 ICT를 통해서 어떻게 디지털 전환을 이룩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또한 기술만이 아니라 규제개혁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이 전통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제고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기도의 전통산업 발전을 위한 새로운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