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개정된 자금결제법에서는 가상통화거래소의 금융청ㆍ재무국에 대한 등록제를 도입, 거래소에 대해 자본금 요건과 시스템 안전관리 체제 구축, 거래 시 본인확인, 재무제표 외부감사 등의 의무를 부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부터 거래소를 운용하고 있는 업자는 등록신청을 하면, ‘간주업자’로서 기간제한 없이 영업을 계속할 수 있었고, 이번에 해킹사고를 낸 코인체크는 등록심사단계에 있는 ‘간주업자’였다. 사실 일본에서 거래소에서 대규모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당시 세계최대 가상통화 거래소의 하나인 MTGox(마운트곡스)의 파산 사건에서는 많은 이용자가 피해를 봤다. ‘MTGox 파산 사건’은 일본 정부가 가상통화에 대한 규제를 정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그럼에도 올해 코인체크 해킹 사건은 여전히 ‘이용자 보호’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지난해 도입된 가상통화에 대한 규제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용자 보호’와 더불어 일본의 가상통화 규제의 중요한 축은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 등으로의 악용 억제’다. 이는 가상통화 규제에 대한 다음과 같은 국제적 논의를 고려한 것이다. 2015년 6월26일 FATF(자금세탁방지 금융대책기구)에서는 자금세탁, 테러자금공여를 방지하기 위해 각국에 대해 등록제, 본인확인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즉 일본 정부는 ‘이용자 보호’와 ‘자금세탁 방지’ 등의 측면에서 가상통화에 대한 규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가상통화를 완전히 금지할 경우, 혁신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가상통화의 과세를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일본에서는 이미 과세를 하고 있다. 일본에서 가상통화는 본래 소비세(부가가치세) 부과 대상이었으나, 지난해 7월 소비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가상통화를 매매할 경우에도 소비세의 비과세가 결정됐다. 한편 2017년 12월 일본의 국세청에서는 가상통화의 매각, 사용에 의해서 얻은 소득을 잡소득으로 규정하고, 그 소득이 20만 엔 이상인 경우 확정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잡소득은 급여소득 등 다른 소득과 합산하여 소득세가 부과되므로, 일본에서는 가상통화의 매각 등을 통해 얻은 소득에 대해 최고 55%(소득세 45%+주민세 10%)의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일본의 사례가 한국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가상통화는 아직 그 효과, 잠재력 등이 불확실한 부분이 많다. 정부 입장에서는 어떻게 규제해야 할지 명확한 해법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가상통화를 규제할지 말 것인지는 쟁점이 될 수 없다. 규제는 당연히 필요하다. 다면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규제 시에 어떠한 정책목표를 중시하고, 구체적으로 어떠한 규제 내용을 담을 것 인지일 것이다. 일본의 사례를 고려했을 때 가상통화에 대한 이용자 보호를 철저히 하고 테러자금 등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규제를 하면서도, 아직 확인되지 않은 가상통화가 갖는 잠재적인 가능성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국제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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