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양경수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본부장

“노동조합은 우리 사회를 더 풍요롭게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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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와, 가장 많은 생산직 노동자가 모여 있는 경기도는 한국사회의 노동운동에 미치는 영향이 남다르다. 

지난 1월부터 민주노총 경기도본부를 이끌고 있는 양경수 본부장(43)에게 지역 노동문제에 대한 전망과 고민을 물어보았다. 그는 정부와 공공기관부터 비정규직을 없애고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숫자로 보여지는 노동정책 대신 노동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양 본부장은 노동자들 역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촛불시위로 정권을 바꿔낸 경험이 있음에도, 회사에서 받는 불이익이 두려워 권리를 스스로 포기한다면 삶이 나아질 수 없다고 확신했다.

Q 올해 최저임금 등 굵직한 노동 현안이 쏟아져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

A 연초부터 근로기준법 개정, 최저임금 등의 문제가 터져 나오면서 현안에 대응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 조직을 이끌어 나가기 위한 장기적인 차원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었는데, 이를 위한 시간이 전혀 없었다. 

지난해 대선 국면부터 현재까지 노동 이슈가 많아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는 바쁜 시간을 쪼개 집행부와 함께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의 노선적인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현장 노동자들 역시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의 운동방향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보내오고 있다.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 민주노총 경기도본부를 이끌게 돼 책임감이 무겁다.

 

Q 민주노총 경기도본부가 그동안 추구해온 노동운동의 방향은.

A 경기도는 수도권이라는 지리적 특수성에 큰 영향을 받는다. 민주노총에는 16개 지역본부가 있는데, 서울본부가 조합원이 가장 많지만 생산직 노동자는 경기도가 가장 많다. 물론 경기도본부도 조합원만 10만 6천여 명에 달한다. 그 동력을 바탕으로 지역의 이슈가 전국화되는 경우도 많다. 

화성시 매향리 투쟁(미군 사격장 폐쇄 요구)이나 평택시 대추리 투쟁(미군기지 이전 반대)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렇다 보니 다른 지역본부들보다 민주노총 연맹 또는 서울본부와 함께 투쟁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입장에서는 한국사회를 책임진다는 관점과 마인드를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경기도본부는 총연맹의 산하기관이기 때문에 독자적인 노동운동의 방향성을 갖기는 쉽지 않다. 다만 경기도본부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함께 한다는 게 우리의 노동운동이고,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다.

 

Q 비정규직 문제는 고질적이면서도 해결이 쉽지 않은 분야인데.

A 나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 중 한 명이다. 해결은 어렵지 않다. R&D(연구개발) 분야에 투자하면 된다. 이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효율성을 극대화 시키면 정규직 일자리는 생겨난다. 정부와 국민 그리고 기업이 비정규직 문제를 바라보는 지향과 방향을 바꿔야 한다.

 

단순히 고용유연화라는 측면으로만 바라보면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각 기업이 금융투자에 실패해서 손해를 보고 이를 인건비 후려치기, 비정규직 고용으로 해결하려는 꼼수를 막아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시작은 정부기관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이 상시적 업무에는 비정규직을 쓰지 않으면 된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기간제 노동자에게 정규직보다 더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면, 사회적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 단순히 숫자로만 보여지는 노동정책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체감할 수 있고 보다 실질적인 의미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Q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과 관련해 긍정적인 부분과 극복해야 할 부분은.

A 노동정책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담론적 지향은 나쁘지 않다. 비정규직 제로시대, 노동존중 시대, 헌법 근로의 개념을 노동으로 바꾸는 등 방향적으로는 잘 잡았다. 다만 실제로 이를 실현하는 섬세함은 담론적 지향과 역행하는 모습이다.

특히 최저임금 산입법 개악과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가 대표적이다.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은 법외노조로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이를 내버려두고 있는데 어떻게 노동계가 신뢰할 수 있겠나.

 

문재인 정권은 노동자들이 앞장서 만든 촛불항쟁의 결과물이다. 이 정권이 잘해야 촛불항쟁도 더 빛을 볼 수 있고 의미 있는 항쟁으로 남을 수 있다. 그럼에도 지금의 정권을 보면 우려스럽고 안타깝다. 정부가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을 지향해야 한다. 최저임금 산입법처럼 문재인 정권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선을 긋고 노동자들을 배제한다면, 이들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Q 민주노총은 탄생부터 현재까지 정권과의 마찰 등 부침이 많았다. 이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는데.

A 그런 인식에 대해 안타까운 점도 많지만 또 민주노총이 부족한 점도 많다고 생각한다. 대중들이 생각하는 민주노총은 머리에 빨간 띠 메고 팔뚝질하는 모습이다. 보수언론에 의해 왜곡된 부분도 있지만 민주노총이 바꿔야 하는 부분들도 있다.

 

민주노총의 집회문화가 80년대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의제를 국민에게 알리기보다는 우리끼리 모여서 우리의 주장을 표출하는데 그치고 있다. 또 법제화된 언어를 자주 사용하다 보니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우리 국민이 흔히 사용하는 언어로 말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결국 최저임금 산입법 문제도 국민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로만 여겨졌다. 결과적으로 우리 주장은 온데간데 없고 집회로 인한 교통체증, 시민불편 등만 남게 돼 아쉬운 점이 많다.

 

Q 경기도에 맞는 노동문제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A 우선 경기도에서 진행하는 ‘청년통장’의 재원을 공공기관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으로 만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질 좋은 일자리를 가지면 저축하지 말라고 해도 저축하게 된다. 10년 동안 1천만 원은 충분히 모을 수 있다. 지방정부가 돈을 주는 게 아니라 일자리를 주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또 경기도에는 생활임금조례가 있다. 하지만 수혜폭은 굉장히 좁다. 생활임금조례가 민간 부분까지 확대된다면 그 파급력은 클 것이다. 경기도 생활임금을 지키는 업체에 도가 인센티브를 주는 등 민간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만약 이런 정책이 실현된다면 경기도 노동자들은 그 어떤 지역보다도 먼저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

 

Q 끝으로 도내 노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노동자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민주노총이어도 좋고 기업노조, 개별노조라도 좋다. 물론 민주노총과 함께 하면 더 좋을 것 같다.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우리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다. 경기도 노동조합 조직률이 10% 이내에 머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노조가 많아지면 우리 사회는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에 가입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소속은 밝히지 않는다. 혹시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촛불로 정권도 만들었다. 사장의 탄압을 두려워한다면 우리의 삶은 바뀌지 않는다.

임성봉기자 / 사진=조태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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