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평창 동계올림픽의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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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과 5월에 개최될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금년 초만 해도 한반도에 긴장이 감돌았던 위기 국면에서 극적으로 전환하여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 현국면이 도래하는 계기를 제공한 평창 동계올림픽이 떠올려진다. 

남북한 간 평창올림픽의 단일 하키팀 구성에 관한 합의는 미국과 중국 간 관계 정상화를 이끌어낸 1970년대 초 탁구 외교를 연상시키면서 세계의 비상한 주목을 끌었으며, 현재 전개되고 있는 남북한 간 긴장 완화와 관계의 발전을 모색하는 대화를 예고하는 상징이 됐다.

 

그러나 남북 단일팀이 노정한 또 하나 다른 성격의 상징은 폐막 후 북한선수단의 귀국 시 목도된 남북한 하키팀 선수들 간 이별의 장면이었다. 앞으로 더 이상의 재회가 불가능할 수도 있음을 인지한 양측 선수들의 비탄에 잠긴 표정들은 일회적인 동계 올림픽행사로는 넘을 수 없는 분단의 엄중한 비극성을 다시금 각인시켰다고 본다. 이러한 이별의 장면만큼 남북한이 통일되어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는 것은 많지 않다고 생각되어 이를 계기로 통일의 필요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통일은 우리에게 남겨진 어두운 근대사의 현재적 결과인 남북분단을 극복하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본다. 19세기 말 이후 우리의 역사는 일본에 의한 식민지화, 해방과 남북분단 등 타율적으로 강요된 행보를 보여왔으며 우리에게 깊은 자괴감을 주어 왔다. 그러나 우리는 1960년대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하는 역량을 발휘하여 민족적 자부심을 회복하였다. 

이제 우리는 통일로써 우리의 손으로 남북분단을 해소함으로써 우리 근대사의 부정적인 측면을 종료시키고 우리의 역사를 정상화시키는 민족적 자긍심을 되찾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는 우리의 선대들이 근대사에서 겪은 오욕과 한(恨)을 우리 후대가 풀어주는 것이 되는 것이라고 본다.

 

둘째, 남북 분단이 세계에 주는 이미지다. 세계인의 시각에서 보면 북한은 비정상적인 체제로 인해 세계에서 고립된 국가다. 문제는 세계인의 눈에는 이러한 북한도 한국의 일부라는 점이다. 남한이 아무리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으로 발전하더라도 한국의 이미지는 외국인에게는 분단으로 인해 절름발이 민족으로 보이는 것이다.

우리가 통일을 해야만 외국인들도 우리 한민족을 진정으로 인정하고 수용할 것이다.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로 발전하고 통일이 되지 않는 한 남한만의 국가적 발전으로는 한민족이 세계에 올바르게 평가받을 수 없다고 본다.

 

셋째, 통일은 우리에게 경제발전 제2의 도약기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본다. 남한의 기술과 자본, 북한의 노동력과 천연자원이 조화롭게 결합하면 경제발전을 위한 엄청난 추진력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한 간 우리 민족의 역량이 결집하면 상상도 못할 그림을 가져올 에너지가 분출될 수 있다고 본다. 그날을 고대하며 우리의 외교 노력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역사와 민족의 온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통일에 대한 비전이 필요하다. 통일은 우리 외교 최고의 가치로서 우리 외교의 좌표를 설정해주는 외교 목표의 최정점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신길수 前 주그리스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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